압수수색 나온 경찰 피해 컴퓨터 숨겼다면⋯ "사장이 시켰어요" 안 통한다
압수수색 나온 경찰 피해 컴퓨터 숨겼다면⋯ "사장이 시켰어요" 안 통한다
경찰 압수수색 중 컴퓨터 숨겼다가 '발각'
사장이 시켜서 한 일인데⋯처벌 피할 수 있을까?

압수수색 중 증거를 숨겼던 직원.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A씨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얼마 전 회사 사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벌금형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
사건은 2주 전 회사에 경찰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졌다. 회사에서 불법으로 사용하던 컴퓨터 프로그램 단속이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A씨의 평소 사장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경찰 수색이 나오면 컴퓨터를 숨겨라." A씨는 이 말대로 자신의 자리에 있던 컴퓨터 본체를 경찰이 안 보는 사이에 창고에 숨겼다. 하지만 경찰에 곧 발각됐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사장님이 시켜서 했다"고 해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와 증거 인멸죄를 적용한다고 했고, 알아보니 최소 벌금형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사장은 곧 있을 경찰 조사에서 "직원에게 시킨 적이 없다"고 말할 계획이라고 한다. A씨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변호사들은 A씨가 무엇보다 경찰 조사에서 일관된 진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선린의 이학민 변호사는 "왜 그 컴퓨터를 치웠는지가 중요하다"며 "(사장이) 시켜서 치운 것이면 계속 그렇게 진술해야 하는 것이지 이제 와서 다른 이유로 치웠다고 할 수는 없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과 진술이 어긋나는 경우 어느 쪽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며 "(A씨의 진술이) 다른 직원의 진술과 다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직원의 진술은 사장의 진술과 일치하는데, A씨 진술만 어긋날 경우 수사 기관에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승우의 변형관 변호사는 "곧 시작될 (사장과의) 대질조사에서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해 변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의 혐의에 대한 방어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증거 인멸에 대해선 A씨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시에 따라 한 일"이라는 변명은 참작되지 않는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전과가 없고 일반적인 경우에 한해서라면 벌금형이 선고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지시에 따라서 한 일"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에 오히려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는 건 형법상 애초부터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대신해서 없애려고 했을 때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 타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자신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