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X'는 무죄, '싸이코'는 유죄?… 김호중·민희진 악플 소송이 가른 선
'미친 X'는 무죄, '싸이코'는 유죄?… 김호중·민희진 악플 소송이 가른 선
"논란 비판 vs 인격 저주" 경계선 어디?
민희진 판결도 동일

가수 김호중이 2024년 5월 31일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 작성자를 상대로 낸 수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행동에 대한 비판'과 '인격 자체에 대한 모욕'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수 김호중 측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글을 올린 누리꾼 180명을 상대로 제기한 7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가 약 4년 만인 지난 4일 나왔다. 결과는 178명 기각, 단 2명에게만 각 100만 원씩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 소송은 최근 불거진 음주 뺑소니 사건과는 무관하게, 지난 2021년 당시 김 씨의 병역 논란이나 전 매니저와의 갈등에 대해 비난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상대로 제기된 사안이다.
법원의 판단을 가른 핵심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침해의 경계였다. 로엘 법무법인의 박세홍 변호사는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기각된 178명의 댓글은 공인인 김 씨 논란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봤다"며 "내용이 다소 거칠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진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된 2명에 대해서는 "단순 비판을 넘어 인격을 비하하거나 저속한 욕설을 사용해 모욕감을 줬고, 작성 횟수나 반복성도 고려해 악의적인 괴롭힘으로 인정됐다"고 박 변호사는 밝혔다.
김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명예와 신용이 훼손됐다", "업무를 방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악플 때문에 광고 계약이 해지됐다는 해지 통보서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원 진단서 같은 객관적 물증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주장만으론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행동 비판이냐, 사람 저주냐… 민희진 판결도 같았다
이러한 법원의 잣대는 하이브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악플러 소송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민 전 대표가 누리꾼 3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2명에 대해서는 기각을, 1명에 대해서만 30만 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각된 2명이 쓴 "미친 X", "이런 부류가 있다"는 표현에 대해 법원은 이를 당시 '경영권 분쟁'이라는 공적 이슈에 대한 개인의 감정적 평가나 의견으로 판단했다. 다소 무례하고 저속할 수는 있어도, 인격권을 침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된 1명은 "상스러운 주둥이", "양아치", "싸이코" 등의 표현을 썼다. 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어떤 논리적인 비판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 자체를 깎아내리고 혐오감을 주는 비하 목적이 다분하다고 본 것"이라며 "행동을 비판했느냐, 사람 자체를 저주했느냐의 차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100만 원 받으려 수년 소송? "핵심은 기선 제압"
통상 연예인들의 악플 대응은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IP 추적을 통해 가해자를 특정해 주는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유리하다. 가해자가 벌금형 등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그 유죄 판결문을 증거로 민사소송을 걸었을 때 승소할 확률이 거의 100%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호중 측처럼 피고 특정(포털 및 통신사 사실조회 등)에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민사소송을 굳이 먼저 제기하는 이유, 그리고 실제 위자료 판결액은 보통 10만~200만 원 선임에도 수억 원대 청구액을 적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형사 처벌보다는 금전적 배상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거나,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의도가 있을 때 주로 선택하는 전략"이라며 "처음에 억대 소송을 내는 건 일종의 기선 제압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고, 청구액이 커야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