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십자가 예수상 앞 명품가방 홍보?…'종교 모욕죄' 한국에도 있나?
이민정, 십자가 예수상 앞 명품가방 홍보?…'종교 모욕죄' 한국에도 있나?
독일·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엔 없어
예배방해 등 현행법 위반 시에만 처벌

이탈리아의 한 성당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배경으로 명품 가방을 홍보하는 듯한 이민정의 사진. /이민정 인스타그램
배우 이민정이 십자가 예수상 앞에서 명품 가방을 홍보하는 듯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비판에 휩싸였다. "신성한 공간에서 무례하다", "신자들에게 큰 상처"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이민정은 "성당이 아닌 호텔 행사장"이라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이번 논란은 한 가지 법적 질문을 던졌다. 종교적 상징물이나 감정을 모욕하는 행위,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한국엔 없는 '종교 모욕죄'
한국 형법에는 '종교 모욕죄'라는 이름의 독립된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종교 모독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법률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물론 종교와 관련된 행위라도 현행법의 다른 조항을 위반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예배방해죄'(형법 제158조)다. 장례식이나 제사, 예배, 설교 등 종교적 의식이 진행 중일 때 이를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민정의 사례는 '모욕죄'(형법 제311조) 적용도 어렵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 개인이나 단체로 한정되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인 기독교 신자나 천주교 신자 전체, 혹은 예수라는 종교적 상징 자체는 모욕죄의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우리나라에 종교 모욕죄가 없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다른 종교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소 모욕적이거나 불쾌한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그것이 신도들에 대한 증오 감정을 드러내거나 폭력 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허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도13718 판결). 이는 종교적 비판에 대해 법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잣대에 따르면 이민정의 행동은 설령 실제 성당이었다 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예배를 방해한 것도 아니고, 특정인을 모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제단에 올라간 행위가 해당 성당의 내부 규정을 어겼을 수는 있지만, 이는 퇴장 조치 등의 대상일 뿐 범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