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변호사가 본 이번 육탄전 이유 "착각과 오해가 겹치고 겹친 것"
'검찰 출신' 변호사가 본 이번 육탄전 이유 "착각과 오해가 겹치고 겹친 것"
손톱만한 작은 칩 때문에 사상 초유의 검사장⋅부장검사 육탄전

사상 초유의 검사 육탄전. 그 이유를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과연 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검사 육탄전을 부른 건 손톱만한 작은 칩 하나였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채널에이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칩을 압수수색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몸으로 덮치면서 '육탄전'이 벌어졌다.
사건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려던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하던 순간 벌어졌다. 이때를 두고 둘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정 부장 측은 "(가만히 뒀으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고, 한 검사장 측은 "휴대폰 잠금 해제를 시도한 것이 어떻게 증거 인멸이 되느냐"고 맞섰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처음부터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 검사장은 변호인과 통화 목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받았다. 문제는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던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 검사장은 "이때 정 부장이 '잠금 해제를 페이스 아이디로 열어야지,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의 판단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유심 데이터가 훼손, 초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두 검사가 몸싸움을 벌인 건 "다른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수사관 출신의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신동협 변호사는 "휴대폰 조작으로 유심에 대한 증거인멸 가능성은 없다고 보인다"며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휴대폰 자체의 초기화를 통해 유심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훼손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페이스 아이디든, 비밀번호든 잠금을 해제했다고 해서 데이터가 삭제될 가능성은 없다"며 "그런 방법은 검사들도 모른다"고 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애초에 유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고 했다.
민경철 변호사는 "유심은 기본적으로 검사들 사이에서 '거기에는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애초에 유심은 잘 포렌식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심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받은 것 자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신동협 변호사도 "유심에는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정도만 저장되어 있을 뿐"이라며 "유심이 수사의 변수가 될 일은 별로 없다고 보인다"고 했다.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 명의의 유심칩을 이용해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등 SNS에 접속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상 유심칩 자체 정보를 위한 압수수색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변호사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유심 자체가 아니라고 했다.
민경철 변호사는 그 이유를 "착각과 오해"라고 정리했다. "정 부장에게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른 수사관도 다 있는 자리에서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 자체가 아주 낮다"고 했다.
동시에 "한 검사장의 입장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변호인에게 전화를 시도하는 대신 곧바로 유심을 줘도 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추정컨대, "당시 한 검사장이 어떠한 제스처를 취했고, 이를 본 정 부장이 뭔가 오해한 것 같다"며 "어찌 됐든 지금 드러난 정도로는 (몸싸움 자체가) 설명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신동협 변호사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정 부장이 잠금이 풀린 휴대전화를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의도 자체는 이해가 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한 검사장의 다른 휴대전화를 압수하고도,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고 있던 상황. 이에 비밀번호가 풀린 휴대전화를 얻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물론 증거능력은 인정받기 어렵겠지만, 위법 수집증거에 대한 판단은 법원 단계에서나 주장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즉,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는 얼마든지 암호를 못 푼 것에 대한 '우회로'를 택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면 한 검사장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