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납치 시도한 40대 남성 구속영장 기각…변호사들 "법원, 형식에 치우친 판단"
10대 납치 시도한 40대 남성 구속영장 기각…변호사들 "법원, 형식에 치우친 판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흉기 위협해 10대 여학생 납치하려다 도주
구속영장 기각 논란⋯변호사들, "법원의 기계적이고 형식적 판단" 지적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려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지 이틀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법원이 이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다. 피해자 보호와는 거리가 먼 이 결정에 변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YTN유튜브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경기 고양시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40대 남성이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려 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다행히 다른 주민이 범행 순간을 목격하면서 더 큰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고, 피의자 역시 도주 2시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많은 이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어렵사리 잡은 피의자를 법원이 다시 풀어준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조영민 당직 판사가 이 사건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다.
결국, 가해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피해자가 살고 있는 그 아파트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번 사건을 두고 해당 법원은 "A씨가 도주할 우려나 재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일정한 주거가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사유는 크게 3가지다(제70조).
①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이 같은 법 조항만 놓고 보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는 있다. 표면적으론 A씨의 거주지가 명확하고(①) 모든 범행 순간이 CC(폐쇄회로)TV 등에 기록된 상황(②)이라서다. 그러나 형사 사건을 두루 도맡아온 일선 변호사들은 이번 법원 결정을 두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인 백광현 변호사(법률사무소 룩스)는 "법원이 구체적 사실관계, 범행 경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씨와 피해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에 따르면, 구속 심사 사유에는 피해자나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危害⋅위험) 우려 역시 포함된다"며 "이러한 사정이 충분히 고려가 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경찰 출신인 박인준 변호사(법률사무소 우영)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형식에 치우쳐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점 △약취유인이 중대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범행 후 피의자가 도주한 점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것이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특히 박 변호사는 "무엇보다 흉기로 미성년자를 위협한 피의자에게 재범 위험성 등이 낮다고 평가한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수 형사 사건을 수임해온 김현귀 변호사(김현귀 법률사무소)도 동일한 지적을 했다. 김 변호사는 ①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점 ② A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③ 자칫 강간 등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점 ④ 스스로 범행을 멈춘 게 아니라, 다른 아파트 주민에게 발각돼 타의로 미수에 그친 점 등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큰 형사 사건이기에, 피의자가 도망갈 염려가 충분한 사건"이라며 "법원이 너무 형식적으로만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최소 6개월 동안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통상 이런 경우 피해자가 오히려 자기 집에 갇혀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2차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이야기다.
결국 법원이 사건의 면면을 제대로 살폈다면,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는 충분했다는 것이 일선 변호사들이 내놓은 공통된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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