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에 몰래 쓰레기 버리면 징역형! 법원 "악취·오물도 재물손괴죄"
택배차에 몰래 쓰레기 버리면 징역형! 법원 "악취·오물도 재물손괴죄"
음식물 악취로 택배 업무 방해시 처벌
물리적 파손 없어도 최대 징역 3년

택배차에 놓인 쓰레기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고된 하루의 시작, 택배기사 A씨는 탑차 문을 열었다가 황당한 선물과 마주했다. 누군가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였다. 재수 없는 하루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법원은 눈에 보이는 파손이 없더라도, 악취나 오물로 물건을 못 쓰게 만드는 행위 역시 '재물손괴죄'로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쓰레기가 왜 여기서 나와…
지난 7월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택배기사 A씨의 분노 섞인 사연이 올라왔다. 물류센터에 출근해 탑차 문을 열어보니, 정체 모를 흰 봉투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봉투 안에는 먹다 남은 치킨과 떡볶이 용기, 음료수 캔 등이 가득했다. 무더운 날씨에 금방이라도 부패해 벌레가 꼬이고 악취를 풍길 상황이었다. A씨는 "영수증도 없는 걸 보니 일부러 증거를 없앤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CCTV를 확인해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꼭 찾겠다"고 밝혔다.
'재물손괴죄', 꼭 부숴야만 성립하는 건 아니다
이번 사례는 단순 쓰레기 무단투기를 넘어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다.
흔히 재물손괴죄라고 하면 무언가를 부수거나 망가뜨리는 물리적 파손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의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효용을 해한다'는 개념이다.
대법원 판례는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의 사례에 이를 적용하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너무 심해 신선식품이나 의류 등 상품을 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 이는 탑차의 본래 목적인 '운송'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것이다. 따라서 물리적인 파손이 없었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달걀 던지고, 돼지 똥 묻히고…법원 "모두 재물손괴죄"
실제로 법원은 물리적 파괴가 없더라도 오염이나 악취를 유발한 행위에 대해 꾸준히 재물손괴죄를 인정해왔다.
일례로 전주지방법원은 건물 외벽에 달걀을 던져 더럽힌 행위를 재물손괴죄로 판단했으며(2015고정1118 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사무실에 돼지 똥을 묻혀 심한 악취를 풍기게 한 행위 역시 같은 죄를 적용해 처벌했다(2017고정765 판결).
뿐만 아니라 천막 내부에 쓰레기를 방치해 집기류를 오염시킨 경우에도 재물손괴죄가 인정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846 판결). 이처럼 법원은 물리적 파괴 행위가 없더라도, 재물의 가치나 기능을 떨어뜨리는 모든 행위를 폭넓게 재물손괴로 보고 있다.
물론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행정적 제재일 뿐, 형사 처벌과는 별개다.
한순간의 몰상식한 행동이 단순한 과태료 처분을 넘어 징역형까지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