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지 언론도 보도…'홍대 화장실 지도' 만든 대만 관광객, 업무방해죄 된다
대만 현지 언론도 보도…'홍대 화장실 지도' 만든 대만 관광객, 업무방해죄 된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성 높아

대만 온라인에 퍼진 홍대 화장실 비밀번호 공유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홍대 거리, 수많은 인파 속에서 다급하게 화장실을 찾던 한 타이완 관광객에게 '비밀 지도' 한 장이 나타났다. SNS에 올라온 이 지도는 홍대 카페와 식당들의 화장실 비밀번호를 빼곡히 정리한 목록이었다.
게시자는 "화장실 찾기 어려울 때 쓰라"며 친절을 베푸는 듯했지만, 이 데이터 유출은 현지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일파만파 번졌다. 커피 한 잔의 예의를 건너뛴 디지털 얌체짓, 단순한 비매너를 넘어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까.
비밀번호 리스트, 영업 방해하는 위력 될 수 있다
화장실 비밀번호를 대규모로 공유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업무방해죄는 '위계(속임수)'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위력'의 개념이다. 법원이 말하는 위력은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모든 종류의 힘을 포함한다.
화장실 비밀번호 목록을 온라인에 퍼뜨리는 행위는 매장이 고객과 비고객을 구분하기 위해 설정한 최소한의 관리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무형의 '위력'에 해당할 수 있다.
이 행위는 △매장의 고객 관리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비고객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화장실 위생 관리, 비품 비용 증가 등 운영 질서를 혼란시키며 △정작 돈을 낸 고객들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게 해 정상적인 영업을 간접적으로 방해한다.
특히 업무방해죄는 실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1만 5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대규모로 확산된 경우, 매장 운영에 지장을 줄 위험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피해 매장, 이렇게 대응해야
피해 매장들이 법적 책임을 묻는 길도 열려있다. 매장들은 비밀번호를 최초 유포한 게시자를 영업방해죄로 형사 고발할 수 있다. 가해자가 대만에 거주하더라도 국제형사사법공조법에 따라 현지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시설 관리비 증가, 영업 손실 등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수 있으며,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했으므로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친절한 꿀팁으로 포장된 화장실 비밀번호 공유는 매장의 재산과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이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