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사이버 렉카'에 1억 승소…법원이 '이례적 고액' 책정한 이유
뉴진스, '사이버 렉카'에 1억 승소…법원이 '이례적 고액' 책정한 이유
'솜방망이 처벌'은 끝났다

뉴진스가 멤버 성희롱 영상을 올린 유튜버를 상대로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가 익명의 유튜버를 상대로 한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며, '사이버 렉카' 활동에 또 한 번의 경종을 울렸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멤버 1인당 500만~7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과거 연예인 악플 사건에서 인정된 200만~300만 원대의 위자료를 훌쩍 뛰어넘는 이례적인 고액이다.
수많은 사이버 렉카 중 하나일 뿐인 유튜버를 상대로, 어떻게 1년이 넘는 추적 끝에 이례적인 고액 배상 판결까지 받아낼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과거와 달라진 법원의 태도와 소속사의 치밀한 법적 전략이 숨어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과거
과거 법원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인격권 침해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위자료를 산정해왔다. 2019년 故 설리에 대한 악성 댓글 작성자에게는 200만 원, 2020년 방탄소년단(BTS) 멤버에 대한 악플러에게는 3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성희롱 사건 역시 100만~300만 원 수준에서 위자료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판결들은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어렵고, 범죄 예방 효과도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원은 무엇을 다르게 보았나
이번 뉴진스 사건의 판결은 과거 흐름과 명백히 선을 긋는다. 법원이 위자료를 높게 책정한 근거는 크게 4가지로 분석된다.
① 범죄의 '악의성'이 도를 넘었다
단순한 비방 댓글이 아니었다. 가해자는 20여 개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제작하며 뉴진스 멤버들을 성적으로 희롱했다. 노래 '쿠키'를 '굵기'로 바꾸고, 마이크를 잡는 모습을 유사성행위에 빗대는 등 모든 콘텐츠가 명백한 성적 희롱 의도를 담고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의 질적 차이, 즉 참을 수 없는 수준의 악의성을 위자료 산정에 결정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해자 중 '미성년자'가 있었다
판결의 핵심 기준 중 하나는 피해자의 나이였다. 법원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멤버 해린과 해인에게 다른 멤버들보다 200만 원 높은 700만 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이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 행위는 더 큰 법적 보호가 필요하며, 그 정신적 피해 역시 성인보다 무겁게 평가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오랜 판례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③ '유튜브' 플랫폼의 파급력을 인정했다
과거의 텍스트 댓글과 달리, 유튜브 영상은 복제와 유포가 무한에 가깝고, 한번 퍼지면 완벽한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특성이 있다. 법원은 유튜브라는 세계적인 플랫폼을 통해 벌어진 범죄가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를 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피해가 확산될수록 가해자의 책임도 무거워진다는 원칙이다.
④ '국제 소송' 불사한 소속사의 집요함
이번 승소의 가장 큰 동력은 소속사의 법적 대응 방식이었다. 과거에는 유튜버가 익명 뒤에 숨으면 처벌이 불가능했지만, 아이브 장원영 측이 미국 법원을 통해 구글로부터 가해자 '탈덕수용소'의 신원을 받아낸 선례가 흐름을 바꿨다.
뉴진스 측 역시 이 방식을 활용, 1년 넘게 미국 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며 가해자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이러한 소속사의 적극적인 권리 구제 노력이 재판부로 하여금 가해 행위의 불법성을 더 엄중하게 판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적 기능까지 고려해 위자료를 상향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