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내용증명 속 내용은 사실입니다" 인정했는데, 번복할 수 있을까?
경찰에게 "내용증명 속 내용은 사실입니다" 인정했는데, 번복할 수 있을까?
카카오톡 대화 내용 유출로 '내용증명' 받은 A씨
경찰에게 걸려온 전화에 "내용증명 속 내용 모두 사실이다" 인정했는데⋯
번복가능성 있을까?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은?

"내용증명의 내용이 사실이 맞느냐"는 경찰의 전화에 별다른 생각 없이 "모두 사실"이라고 말한 A씨.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용증명엔 사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일부 있다. 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해당 이미지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나한테 잘못했지? 사과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거야."
최근 A씨는 자신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무서운 서류를 받았다. '내용증명'이었다. 내용증명은 소송에 앞서 피해 상황과 원하는 내용을 적어 서류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상대방도 관련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에 소송할 때 증거가 될 수 있다. 내용증명을 보낸 B씨는 서류에 A씨가 자신에게 한 행동과 원하는 손해배상 등을 적어 보냈다.
사실 여기엔 A씨의 책임이 크다. 얼마 전 B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허락 없이 유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내용증명을 받고도, B씨에게 사과하거나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던 A씨는 결국 고소 당했다. 얼마 후 경찰에서도 연락이 왔다. "내용증명의 내용이 사실이 맞느냐"는 전화였다. B씨가 내용증명을 통해 주장하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하냐는 의미였다.
별다른 생각 없이 "모두 사실"이라고 말한 A씨. 돌이켜 생각해보니, B씨의 내용증명엔 사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일부 있다. 이 사건으로 경찰 출석을 앞둔 A씨는 내용증명 속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기에 나중에 경찰 수사단계에 불리하게 작용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건을 바로잡고 싶은 A씨.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보았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내용증명을 인정한 건 A씨에게 불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이 혐의를 인정하냐고 해서 '맞다'고 답변했다면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자백으로 간주될 듯하다"며 "A씨에게는 불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도 "(내용증명 내용이) '맞다'고 답변하는 순간에 소송에서 매우 불리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A씨에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용증명을 주고받는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 발언했어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방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경찰 피의자 신문 조서에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정할 수 있다"며 "피의자는 자신이 진술한 내용대로 정정할 것을 명확히 요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 피의자 신문 조서 과정에서 경찰 질문에 대해 A씨가 답변을 하면 이것을 기록한다. 이때 "내용증명의 '이런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입니다"라고 말을 하는 식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만약 담당 수사관이 수정이나 기재를 거부하면, A씨는 조서의 내용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하지 않으면 된다.
추가로 안 변호사는 "추후 공판기일 등에서 경찰 피의자 신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재판을 진행할 때는 그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지만 형을 줄이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동의하지 않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라고 하더라도 탄핵증거(彈劾證據)로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증거란 진술의 증거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를 말한다. 쉽게 말해 법정에서 내가 펼친 주장을 공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활용 가능하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