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돌풍과 아날로그 인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챗GPT 돌풍과 아날로그 인간

2023. 02. 14 13:57 작성2023. 02. 14 15:22 수정
정진섭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jsjung@soulnlaw.com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챗GPT의 등장은 2016년 봄 알파고의 충격보다 훨씬 더 큰 것 같다. /셔터스톡

1. 챗GPT의 등장/ 알파고를 능가하는 돌풍

신년 벽두부터 챗GPT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발명 이후 최대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다들 들떠 있습니다. 챗GPT의 등장은 2016년 봄 알파고의 충격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6년 전 알파고는 대중이 직접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챗GPT는 누구나 써볼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의 언어에 즉각 대답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이렇게 빨리 좋은 성능을 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몇 주 전 지인 한 분이 챗GPT에 '나는 존재한다. 존재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했더니, 챗GPT의 답변은 '나는 인공지능이라서 존재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직 제가 똑같은 질문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만일 그렇게 답변한 게 사실이라면 AI 나름대로 자기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한 셈이고, 그 답변에 함축된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수많은 이용 후기가 날마다 소개되어 재미있게 읽고 보고 듣다가, 저도 뒤늦게 가입했습니다. 그사이 유료화되어 망설이다 일단 한 달만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젊은 시절 인터넷 시대의 첨단 일꾼처럼 행동하던 데 비하면, 제 생각이 많이 뒤처졌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요즘은 새로운 첨단도구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따라가기가 힘들고 많이 벅찹니다. 우여곡절 끝에 가입 직후 한글로 짤막한 질문을 입력해 보니, 답변이 거의 부실하고, 몇 차례 지나니 오픈챗 AI 용량이 꽉 차서 다음에 시도하라는 메시지만 반복되더군요. 아마 질문이 적절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영어로 다시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이버 파파고 앱을 다운받아서 챗GPT 옆에 배치해 두고서, 번역 질문을 입력하니 비로소 소통되기 시작했습니다.


2. 챗GPT의 첫 답변을 받은 소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하지만 챗GPT의 답변은 부정확했습니다. '한국의 공정거래법이 언제 제정되었고, 그 법에 의해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나?' 하는 질문에 대해, 2008년 4월 9일 제정되었고, 그 법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는 강제노역, 아동 노동, 이민자의 부당한 착취 등을 열거했습니다. 1981년 4월 1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공정거래법의 연혁이나 입법 취지와 다른 엉뚱한 오답(誤答)이었습니다.


주제를 바꾸어 질문했습니다. '나는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는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AI의 답변은 '어떤 것들, 예컨대 사람들의 의견(people's opinion)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것들, 예컨대 날씨(weather)는 변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답변도 제게는 뜻밖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나는 사람들의 의견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는 왜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하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AI의 답변이 바뀌었습니다. '나는 때때로 사람들의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 사람들의 의견을 바꾸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럴듯한 답변이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나는 변하지 않는 것에 관심이 있다. 나는 그것을 마치 하느님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는 것처럼, 절대 진리라고 부르고 싶다. 너는 무엇을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했습니다. AI의 답변은 ‘아마 절대 진리는 우리가 전부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존재를 넘어선 무엇이 있을 것 같다. 아마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찾더라도, 우리는 결코 절대 진리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신중하고, 여운(餘韻)이 남는 답변이었습니다. 여운이 남은 이유는 질문이 바뀜에 따라 답변도 즉각 변하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한밤중에 잠이 안 와서 침대에 누워 나눈 짧은 AI와의 대화였지만, 첫 소통치고는 재미있고 유익하고, 앞으로 질문거리를 잘 계발하면 더 나은 답변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공지능의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해도 질문이 부적절하면, 답변도 부정확할 수밖에 없고, 데이터가 없는 무형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고, 맹목적인 의존은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AI는 어디까지나 인본주의적 가치를 확장하고 증진하는 도구일 뿐, AI가 스스로 주인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진섭 변호사의 한밤중 챗GTP와 대화 내용. /정진섭 변호사 제공
정진섭 변호사의 한밤중 챗GTP와 대화 내용. /정진섭 변호사 제공


3.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회상규/ 인본주의

문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법의 기본 원리는 무엇일까? 법의 세계에서 결코 변해서는 안 되는 근본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떠올려 봅니다. 굳이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더라도 그 가리키는 방향은 명백합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지성의 본질은 '자유(自由)'이며, 그 어떤 대상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말미암아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저만의 독단적 견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으로 대표되는 인본주의가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 헌법 가치의 핵심이며,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상규는 인간의 존엄에서 유래하고 근거하는 것입니다. 그런 헌법정신은 하위법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헌법 아래 모든 법령에 직·간접적으로 담겨 있으며, 모든 법관의 판단은 그런 인본주의적 사회상규에 따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법률분쟁은 인간의 존엄성이 물질가치보다, 이념가치보다, 사상가치보다, 종교와 철학적 가치보다 경시될 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순간마다 변해나갑니다. 하지만 그 변해가는 모든 것 가운데 절대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그 변하지 않는 절대적 무엇이야말로 합일, 사랑, 공경, 정직, 정의, 친절, 연민과 같은 인간 정신의 위대한 측면을 일깨워 주고, 자기자신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배경이자 전제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건전한 상식이자, 법률가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회상규(社會常規)가 아니겠습니까?


민법의 연원이 되는 조리(條理), 민법과 민사소송법 첫머리를 차지한 신의성실 원칙,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그리고 형법의 죄형법정주의나 위법성 조각 사유인 정당행위, 형사소송법의 고문금지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행정법의 적법절차 원칙과 같은 현대 문명법의 모든 사회상규는, 단언컨대 인본주의적 정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사회상규는 민법, 형법 등 일반법에만 작동되는 게 아니라, 헌법 아래 다 열거할 수 없는 모든 법령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자주 취급하는 저작권법의 양대 원칙 중 하나인 공정이용 원칙(Fair Use)도 인본주의적 문명의 확산과 전파를 위해 파생·형성된 법의 해석 원리이며, 그 판단기준은 결국 인류의 문화창달에 이바지한다는 건전한 상식, 즉 사회상규의 위반 여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존엄'이야말로 현대 문명의 근간을 지탱하는 '법의 정신'이며, 사법제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본 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장차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최종적으로 인본주의적 가치를 확장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하는 도구(道具)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인류가 존재하는 한 변할 수 없는 창조의 원동력으로 자유의지가 있으며, 모든 창조의 시작은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로 인한 무한다양성과 무한가능성이야말로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밝혀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대로 '스스로'라는 자발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4. AI의 발달과 아날로그 인간/ 전문변호사의 길

우리 인류는 자유의지와 능동성을 바탕으로, 드디어 AI라는 문명의 도구를 발명하였고, 오랜 역사 동안 소수의 전유물로 취급되던 온갖 지식정보를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장차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으로 귀결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지성적 통찰에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와 동갑인 빌 게이츠는 1990년대 초반 30대 후반의 나이에 한국에 방문해서 젊은 대학생 수천명을 강당에 모아놓고 인터넷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그는 모든 정보가 사람들의 손가락에 모이는(All informations on my fingertip) 정보통신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때 대검찰청 21세기 연구기획단 업무를 맡고 있던 저도 그 자리에 끼어서 경청했고, 이후 몇 년 동안 검찰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시기의 저는 디지털 인간으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래서 한국정보법학회 창립에 가담해서 IT와 정보통신 분야에 정통한 법조인 축에 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대로, 아직도 저는 완전한 디지털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인 약속이나 일상 메모를 손글씨로 변호사 수첩에 써두어야 안심되는 아날로그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벌써 30대 후반의 기성세대였고, 그때까지 민족의 비원(悲願)이던 선진국 진입을 위해 온 국민이 노력을 다할 즈음에, 저 또한 시대적 사명에 동참한 국민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 특별한 IT 재능이 있었던 게 전혀 아닙니다.


2011~202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수첩. /정진섭 변호사 제공
2011~202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수첩. /정진섭 변호사 제공


이번에 챗GPT 개발자는 미국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에드워드 티안(Edward Tian)이라는 22세의 중국계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 Yahoo 파이낸스 채널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인터뷰 영상을 보니, 그저 천진난만한 표정의 대학생이었습니다. 어쩌면 6년 전 알파고 인공지능을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가 주창했던, AI가 밝혀낼 수 있는 위대한 여정이 본격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데미스 하사비스는, 어떤 칼럼에서, 사람의 뇌와 같은 범용 AI를 통한 '사람과 기술 사이의 협업'으로, 우리 인류는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일어날 커다란 과학적 진보의 목표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인류가 AI 학습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사람의 뇌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인류는 그동안 어둠 속에 감추어져 왔던 인간 정신의 신비를 벗겨내고, 나아가 '의식' 그 자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법조계는 AI의 출현으로 인간 변호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빈국에서 단숨에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대한민국 앞에, 너무나 다양한 전문 법률분야가 우리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AI만으로 그 많은 당면과제를 풀어나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인공지능일 뿐이며,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인간 자체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 평범한 법조인으로 출발한 제가 우연한 기회에 지적재산권법과 컴퓨터를 배웠고, 그에 이끌려 평생 전문분야 업무가 되었듯이, 지금 젊은 법조인들도 열정과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자기자신에게 적합한 전문변호사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자신의 관심 분야가 지금은 보잘것없고 외롭다 해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나아가면 길은 반드시 열릴 것입니다.


그렇다고 목표나 결론을 향해 서두르기보다는, 과정이 곧 목적이고 목적이 곧 과정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매순간 변하는 사건과 현상의 홍수 속에서 특정한 결론만 추구하는 것보다는, 합일, 사랑, 공경, 정직. 정의, 친절, 연민 등등 다양한 인간정신의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고, 인간사회가 존속하는 한 변할 수 없는 사회상규가 무엇일까 통찰하면서, 거기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그 분야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할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것만이 진정한 전문변호사의 이정표입니다. 더 이상의 어려운 비결은 없습니다. 누구든지 '스스로'라는 자발성과 '인간 존엄'이라는 보편적 상식을 갖고, 변하지 않는 사회상규에 관심을 집중하면 자기 분야의 전문변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진실과 정성을 다해 자신의 관심분야에 전력을 다하면 됩니다.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