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여전히 그들은 성황리 영업중이다
법조 브로커, 여전히 그들은 성황리 영업중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주차장에서 1억원의 '검은돈'이 오갔다
재판 넘겨진 불법 법조 브로커 일당 4명, 모두 실형 선고

불법이지만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전관예우와 함께 법조계의 '고질병'으로 손꼽히는 법조 브로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뒤에서 움직이는 터라 이들은 붙잡히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연합뉴스⋅셔터스톡⋅게티이미지코리아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사법기관이 밀집한 서울 서초동 일대. 법조인들이 몰려있는 이곳 앞마당에서 '검은돈'이 오갔다. 한 으슥한 주차장에서 5만원권 지폐로 가득 찬 돈 가방이 A씨 손에 들어왔다. 현금으로 1억원 상당이었다. 돈을 건넨 사람은 사기 혐의로 한창 조사를 받고 있던 피의자 B씨.
A씨는 이 일대에서 '법조 브로커'라고 불렸다. 당연히 불법이지만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전관예우와 함께 법조계의 '고질병'으로 손꼽힌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뒤에서 움직이는 터라 이들은 붙잡히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A씨도 그런 경우였다. 지난달 4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문세 부장판사)가 A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나서야 정체가 확인됐다.
사건의 발단은 B씨가 구속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면서 시작했다. B씨는 일명 '휴대전화 대출 사기' 사건의 피의자였다. 대출을 조건으로 휴대전화 개통을 요구한 뒤 요금폭탄을 피해자에게 떠안기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공범이 구속되고, B씨의 대리점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사가 확대되자 그는 다급해졌다.
B씨는 불구속 수사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급히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구속을 피할 수 있다면, 불법이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런 소식을 '법조 브로커'들은 놓치지 않았다. A씨를 포함해 총 4명의 브로커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A씨는 B씨에게 1억원의 대가로 "담당 경찰관을 로비해서 불구속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한 제안이었다. 심지어 당시 B씨는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그렇게 A씨는 이날 변호사 선임료 명목으로 1억원의 현금을 뜯어냈다.
다른 브로커들도 모두 나름의 역할이 있었지만, C씨가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했는데, 경찰 출신이었다. 그것도 B씨 사건의 담당 수사관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었다. 경찰 시절 함께 같은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자신을 '경찰대 출신으로 전직 XX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경찰서장과 비위 문제로 퇴직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D씨, 주차장에서 돈을 건네받을 때 동행한 E씨 등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다름 아닌 B씨의 제보 때문이었다.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우선 그는 이들로부터 1억원의 대부분을 다시 돌려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B씨는 수사기관에 직접 브로커들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제보했다. 법조 브로커들이 끼어들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벌어진 일종의 촌극이었다.
공무원(경찰 등)이 취급하는 사건은 당연히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현행 변호사법(제111조)이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누구든지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만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재판 결과는 모두 실형, 집행유예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달 법원은 A씨에게 "형사사법기관에 의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하는 범죄로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실형 8개월을 선고했다.
다른 브로커 C씨, D씨, E씨의 처벌 수위도 비슷했다. 징역 6개월에서 8개월 사이였다. 이들에 대한 형량은 이미 1심과 2심을 거쳐 확정됐다.
핵심 역할이었던 C씨는 동종 전과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서 퇴직했던 이유가 이번과 같은 판박이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C씨는 3년 만에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 이번엔 실형을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