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이흥구 판사⋯국보법 위반 전력있지만 "천상 판사"로 불리기도
대법관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이흥구 판사⋯국보법 위반 전력있지만 "천상 판사"로 불리기도
[대법관 최종후보자 3인 열전] 국보법 위반자 중 '최초' 합격자 이흥구 부장판사

올해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자 최종 후보 3명이 결정됐다. 그중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선정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검토해봤다. / 대한민국 대법원 유튜브 캡처
올해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자 최종후보 3명이 결정됐다. 이흥구(57·연수원 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 천대엽(56·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배기열(54·17기) 서울행정법원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아무리 작은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법관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하나하나가 무겁다. 전국 방방곡곡의 모든 법원은 대법원이 내리는 결정을 기준 삼아 판결을 내리고, 검찰과 변호사들도 역시 그 기준에 맞춰 수사와 변론의 중심을 잡는다. 대법관을 법조계의 정점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 자리에 오를 최종 후보들은 그간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검토해봤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선정했다. 이 부장판사는 최종 후보 3인 중에 가장 나이가 많지만, 연수원 기수는 낮다.
이흥구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재판부는 부산고법 형사1부다. 부패⋅성폭력⋅외국인 사건을 맡는다. 형사2부가 똑같이 부패⋅성폭력⋅외국인 사건을 담당하지만, 비중은 형사1부가 약간 더 무겁다.
부산고법의 관할 지역은 부산과 더불어 울산, 창원, 마산, 밀양, 진주, 통영, 거창 등이다. 이른바 부⋅울⋅경(부산⋅울산⋅경상남도)에서 벌어지는 중요 부패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도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 인구만 792만명, 면적으로 보면 1만2364㎢(전국 12.3%)다.
이 부장판사의 대내외적인 평판은 긍정적이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천상 판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함께 근무한 법관들 역시 이 부장판사를 "꼼꼼하고 간결한 판결을 내리는 재판장"으로 기억한다. 이 부장판사가 최근 세 달간 선고한 판결문을 보면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1심 재판부의 오탈자를 바로잡고, 법률이 개정된 지 모르고 판결한 1심 재판부의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울산지법에서 올해 1월 '친족 관계에 의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는데, 그때 아동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 명령도 검토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판단을 누락하고 징역형만 내렸다.
이흥구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4일 이 사건 항소심(2심)을 판결하면서 "아동복지법을 이 사건에도 적용했어야 했는데, 원심(1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처벌은 그래도 유지했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이라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처벌을 바꾸진 못했지만 1심 재판부와 항소하지 않은 검찰의 잘못을 모두 판결문에 남긴 셈이다.
지난 6월에는 살인미수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올라온 사건에 대해선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의 '오타'를 바로 잡기도 했다. 흉기로 사용된 '공업용 커터칼'을 1심 재판부가 잘못 썼는데, 그 실수를 잡아낸 것이다.
이 역시 1심 재판부의 '오기'라고 판결문에 남겼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 다니고 있는 11살 여자아이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갖은 태권도 사범에 대해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의해 형을 더 높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사실 태권도 사범이었던 피고인은 감형될 확률이 높았다.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 모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냈고, 여러 진술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도 재판에서 인정됐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가진 동경심과 미숙한 감정을 이용했다"며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심어주기보다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앞세워 성행위의 의미를 잘 몰랐을 피해자가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감형해 주는 기계적 판단 대신 피해자를 둘러싼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 부장판사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었던 지난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구속 기소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였다. 이듬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지만, 1987년 특별사면됐다.
그 후 3년 뒤인 1990년 사법고시를 합격했고, 국보법 위반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 중에서는 최초로 합격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동문(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전 의원,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원우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이 있다.
2020년 공직자 재산 등록 기준으로 이 부장판사의 재산은 총 10억 7156만원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19평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본인 명의 예금으로 1억 1686만원을 보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