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보물은?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이혼할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보물은?

2020. 06. 24 11:19 작성2020. 06. 24 11:54 수정
임수희 부장판사의 썸네일 이미지
sooheelim@scourt.g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자칫 재난과 같을 수 있는 이혼을 맞이해야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소중한 보물은 무엇일까. /게티이미지코리아

'만약 갑자기 집에 불이 나면 뭘 챙겨서 나가야 하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집에 있는 중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헤아려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 중요한 서류와 값나가는 물건들, 귀중품 같은 것은 집에서 한 군데에 잘 모아 두시곤 하죠? 여차하면 유사시에 한꺼번에 들고나갈 수 있도록 아예 따로 가방 하나에 잘 담아 보관하는 분도 분명 계실 겁니다.


불난리나 물난리가 아니라, 이혼하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이혼은 불난리나 물난리처럼 순식간에 벌어지는 재난은 아니지만, 원하지 않음에도 갑작스레 찾아오고 또 우리의 평온한 삶을 파괴하며 고통을 주는 면에서는 재난이나 마찬가지 영향을 줍니다. 관계가 파괴되고 가정이 해체되고 그러면서 재산도 쪼개지고 재정도 악화됩니다. 사랑했던 배우자와 이별하는 과정은 아픈 상처와 극심한 고통이 되기에, 삶을 이혼으로 재편하는 시간들은 정서적으로 피폐해 있기 십상이지요.


자, 이런 이혼을 맞이해야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소중한 보물은 무엇일까요?


이혼도 불났을 때나 마찬가지다! 재산을 잘 챙겨야 한다! 소중한 내 재산을 이혼하는 배우자가 빼앗아 가지 않도록 내가 먼저 선수 쳐서 부지런히, 감쪽같이 빼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법적 수단을 알아보고 변호사와 법률 상담을 하고 동분서주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아니면 다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이혼은 힘든 과정이니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주변에서 나를 지탱해 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필요하다면 전문가 상담도 받는 것이 좋다! 정신은 물론, 몸도 축나지 않도록 잘 챙겨 먹고 운동도 잘하고, 나의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는 게 급선무다!


또는 드라마에서 늘 인기 소재가 되는 '복수'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죠. 내 행복조차도 문제가 아니다! 너를 파멸시키고 너에게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감수하겠다! 이혼 과정이 어떻게 되든 너만 망하게 할 수 있다면 설령 내가 망해도 상관없다!


설마 그런 생각을 실제로 행동으로까지 옮기는 분은 많지 않겠죠. 그러니 드라마로나마 대리만족을 하며 분통을 터트리고 울고 웃고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먼저 챙겨야 하는 보물은 따로 있습니다. 이혼을 하기 전부터, 이혼 과정 내내, 그리고 이혼 후에도 계속해서, 늘 먼저 살피고 간수하고 잘 챙겨야 하는 보물!


그 보물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소중히 보호하는 것! 이것이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라면 가장 우선하여 챙기고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입니다.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과 이혼 이후의 삶은 그 자녀들에게도 힘들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깊은 절망, 슬픔, 무력감 속에서 아이들도 고통스러워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하지만, 결코 부모의 이혼 자체가 아이들을 힘겹게 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부모의 '싸움'과 그 싸움의 '양상', 그리고 그 결과로 빚어지는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 영향들'입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모두를 사랑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끼리 싸우는 것, 또는 서로 상대를 아프게 때로는 죽일 듯이 공격하는 것, 그 결과 내가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모두가 다치고 망가지고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것이 괴롭고 힘든 겁니다. 어느 편을 들 수도 없고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자신의 생활이 뒷전에 밀려 방치되거나 자신의 마음이 다치고 아파도 차마 엄마와 아빠에게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못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지금 현재 어떤 마음인지, 얼마나 힘든지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요.


그런 아이들을 우리 부모가 보호해야 할까요. 그렇게 아이들이 부모인 우리를 돌보고 우리에게 부모 노릇을 하게 내버려 두어야 할까요.


우리 민법 제837조와 제843조에 따르면, 이혼하려는 미성년자녀의 부모는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한 양육사항을 협의하여야 하고 법원은 그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지 살펴서 최종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양육사항을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양육사항이란, 양육자와 면접교섭(양육시간 분배), 양육비(양육비용의 분담), 이 세 가지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양육'은 '의무'이지 권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자녀를 이 세상에 출생한 부모로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이혼 기타 부모 간의 관계 변동으로 인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계나 양육의무가 변동될 수 없고 변동되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혼이 부부 간의 이혼이 아니라 마치 자녀하고도 이혼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자녀와는 이혼할 수 없고 이혼으로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단지 더 이상 남편과 아내가 아니게 된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양육시간과 비용을 분담해서 시간표(엄마의 양육시간과 아빠의 양육시간)를 짜고 돈(양육비)을 갹출(醵出)해서 부담해야 하는 관계로만 바뀌는 것일 뿐이죠.


이혼은 힘든 과정이지만, 어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의 선택인 만큼 건강하게, 안전하게 잘 치러 나가되, 그 어려움 속에서도 소중한 우리의 보물인 우리 아이들만큼은 꼭 건강하게, 안전하게 지켜 나가며 변함없는 사랑으로 잘 키워나가야 하겠습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