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박순관, 유족 전원 합의하자 징역 15년→4년…대법원 가면 무엇을 다툴까
아리셀 박순관, 유족 전원 합의하자 징역 15년→4년…대법원 가면 무엇을 다툴까
경영책임자 박순관 징역 4년·실무책임자 아들 징역 7년

아리셀 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진 사건에서 2심이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 1심보다 11년 감형했다. /연합뉴스
23명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회사의 최고 책임자는 1심 징역 15년에서 2심 징역 4년으로 무려 11년의 감형을 받았다. 유족 전원과 합의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지만, 실무 책임자인 아들보다 경영책임자인 아버지의 형량이 더 가벼워지는 결과가 나온 것.
법률지원단은 "이럴 거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있냐"며 반발했고, 검찰은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이다.
단일 사고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어떻게 2심 법정에서 '11년'이라는 이례적인 감형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가올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어떤 법리적 격돌이 벌어질까.

'전원 합의'가 부른 11년의 마법… 돈 내면 끝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망자 23명이라는 참사 규모를 고려할 때, 징역 4년은 법정형의 하한에 가까운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다.
가장 큰 감형 요인은 '합의'였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측은 피해자 유족 및 부상자 전원과 합의를 마쳤다.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일관되게 유리한 특별감경인자로 작용한다. 항소심 재판부(수원고법 형사1부)는 "합의를 과도하게 제한적으로 반영할 경우 오히려 피해 회복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피고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중형을 내릴 경우 기업들이 선제적인 피해 보상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정책적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유족 측의 입장은 다르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법률지원단의 신하나 단장은 "유족들이 왜 합의하시는지 아십니까? 돈 벌던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그래요. 이러면 제가 회장이라도 안전보건관리책에선 돈 쓰지 않고 사고 일어나면 유족들과 빠르게 합의할 겁니다"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사후 합의로 형량이 대폭 줄어든다면, 기업들이 평소 안전 투자를 하기보다 사고 후 합의금을 택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년 감형의 이면… '일부 안전조치' 인정이 낳은 기형적 형량 역전
합의만으로 11년이 증발한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1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 상한에 근접한 과중한 수치였기에 2심이 큰 폭의 감형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2심 재판부는 "사업장의 위험성을 전적으로 외면하거나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일부 공정에 대해 안전조치를 시행해온 점을 인정했다. 고의성이나 중과실의 정도를 1심보다 낮게 평가한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형량의 역전이다. 항소심에서 박 대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실무를 맡았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이는 경영책임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의무와 책임을 묻고자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쟁점… 비상구 해석과 예견된 폭발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상고심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투게 될 치열한 법리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상구 설치 의무에 대한 지나친 축소 해석이다.
2심 재판부는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 2층에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다고 봤다. "법령상 건물 자체에 비상구를 설치하라고만 했을 뿐, 층마다 설치하라고 돼 있지는 않다"는 아리셀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 제1항은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에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화재나 폭발 시 근로자의 신속한 대피라는 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작업장이 있는 해당 층을 배제한 채 건물 단위로만 의무를 한정한 것은 상고심에서 강하게 다투어질 핵심 쟁점이다.
둘째는 예견 가능성이다. 2심 재판부조차 "화재 이틀 전 선행 폭발 등 위험 징후가 있었음에도 공정을 계속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폭발 전조 현상을 무시하고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안전교육 없이 고위험 공정에 투입한 행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금지하는 경영책임자의 명백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중과실)으로 직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