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웃고는 있지만…해바라기의 수난, 법적으로 보면?
꽃이 웃고는 있지만…해바라기의 수난, 법적으로 보면?
경기도 연천군의 '해바라기밭'⋯관광명소로 방문객 늘어나
곳곳에 훼손된 해바라기 보여⋯이런 행동, 법적으로 문제 없나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해바라기밭.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멀쩡한 해바라기 씨앗을 뽑아 특정한 모양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양의 해바라기가 망가졌다. 관광객들의 이런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유튜브 'JTBC News'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고구려 유적 '호로고루성(城)'. 최근 이곳에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유적지이기도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해바라기' 때문이다.
호로고루에는 거대한 해바라기밭(3만㎡)이 있다. 성인보다 키가 큰 해바라기들이 빼곡히 모여 노란 물결을 이룬다. 그런데 몇몇 방문객들의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멀쩡한 해바라기의 씨앗을 뽑아 특정한 모양을 만든 것. 해바라기가 마치 웃거나 찡그리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런 행동 때문에 많게는 씨앗의 절반 가까이 사라진 꽃들도 있었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을 이 행동은 곳곳의 해바라기들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에 훼손에 가까워 보이는 이 행동,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걸까.
사안을 검토한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찬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만 보면 그나마 절도죄와 재물손괴죄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흔히 남의 물건을 훔쳐야만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찬 변호사는 "주인이 찾을 수 없는 곳에 놓는 것도 절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산상 이익과도 상관없다. 이에 따르면 '해바라기 씨앗을 뽑는 행동'은 씨앗을 찾을 수 없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절도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람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빠질 수 있는 해바라기씨. 관광객 때문이 아니어도 저절로 빠질 것이기에, 이를 "훔쳤다"고 보기 애매하다는 의미다. 또한, 절도죄를 판단하는 '점유(占有)'에 대한 부분도 애매하다.

해당 해바라기밭은 주민들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곳. 따라서, '누가' 해바라기를 점유한 사람인지 알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정 변호사는 "각각의 해바라기를 누가 심어서 점유하고 있는지 밝히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타인의 재물을 손괴해 그 효용(效用⋅재물의 쓸모)을 해하는 재물손괴에는 해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변호사는 재물손괴 역시 "애매하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해바라기를 아예 꺾어 버리면 손괴로 볼 수 있지만 씨앗을 빼낸 정도를 형법상 손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씨앗을 전부 빼버려서 해바라기가 고사할 상태가 됐다면 그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의 행동에 대해 해바라기밭을 담당하고 있는 연천군은 어떻게 생각할까. 꽃의 훼손이 염려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10일, 연천군청 관계자는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관광객들의 이런 행동을 제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주민들과 해바라기밭을 조성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꽃밭에 들어가거나 만지는 행동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