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다 약속했는데⋯상가 계약 하루 전, 임대인 “계약 안 하겠습니다”
구두로 다 약속했는데⋯상가 계약 하루 전, 임대인 “계약 안 하겠습니다”
입주 날짜까지 정했는데
상가 계약 전날 밤 돌변한 임대인, 책임 없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 전재산을 다 걸었는데….”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상가 이전을 준비하던 A씨의 계획은 계약서 서명을 불과 하루 앞둔 날 밤,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산산조각 났다. 기존 가게와 프랜차이즈 계약까지 모두 정리한 상황에서 날아든 일방적인 계약 파기 통보였다.
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마음에 드는 상가를 발견하고 임대인과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입주 날짜까지 정하며 순조롭게 합의를 이어갔다. A씨는 이 약속을 믿고 운영하던 가게를 내놓았고, 가맹을 맺었던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14일, 정식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일만 남겨둔 그 전날 밤이었다. 임대인 측으로부터 온 것은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확인이 아닌, “계약을 파기한다”는 차가운 문자 한 통이었다.
A씨는 “상대방 태도가 너무 어이가 없다”며 “계약 날짜와 합의 의사가 담긴 통화 기록과 문자가 모두 있는데, 이 막대한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계약서도 안 썼는데… ‘말뿐인 약속’, 법적 효력 있나?
가장 큰 쟁점은 정식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의 ‘구두 합의’가 법적 효력을 갖는지 여부다. 다수의 변호사는 계약서가 없더라도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륜)는 “정식 계약서 작성 전이라도 양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고 입주날짜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확정된 상황에서는 ‘예약계약’으로서의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의 경우 상대방이 입주 날짜까지 직접 정했다는 점은 계약 체결 의사가 명확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결국 A씨가 확보하고 있는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가 계약이 사실상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 법원은 계약서라는 형식보다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합의 내용을 더 중요하게 본다.
어디까지 배상받을 수 있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는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A씨가 지출한 모든 비용을 포함할 수 있다. 이를 법률적으로 ‘신뢰이익 침해’에 따른 손해라고 부른다.
유선종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실제 손해, 즉 프랜차이즈 해지 위약금이나 기존 가게를 운영했다면 벌 수 있었던 예상 수익 손실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배상 범위에는 ▲기존 가게를 정리하며 발생한 손실 ▲프랜차이즈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새로운 사업 준비를 위해 지출한 비용 ▲사업 기회 상실로 인한 정신적 피해(위자료)까지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계약금이 오가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을 물기는 어렵다. 대신 상대방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A씨가 입은 ‘실제 손해’를 배상받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소송만이 답일까? 변호사들이 말하는 ‘첫 단추’
억울함에 당장 소송을 생각할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소송에 앞서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고 조언한다. 바로 ‘내용증명’ 발송이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먼저 내용증명을 통해 상대방에게 계약 이행을 촉구하거나, 일방적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재판으로 갔을 때 A씨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되며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만약 상대방이 내용증명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그때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승소를 위해서는 계약 합의 사실과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명확히 입증할 증거(통화기록, 문자, 프랜차이즈 해지 서류, 각종 비용 영수증 등)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