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쪽' 소리와 '자기' 호칭…성관계 증거 없어도 상간 소송 가능할까?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쪽' 소리와 '자기' 호칭…성관계 증거 없어도 상간 소송 가능할까?
골프 동호회 활동이 잦아진 남편, 야근이라더니 상간녀 아파트로 향했다. 성관계 직접 증거 없이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한지 법률 전문가들이 답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직접 증거가 없어도 애정 표현, 밀접한 대화만으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해 상간자 소송이 가능하다고 본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블랙박스가 들려준 '배신의 언어'
야근이라던 남편의 차에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로를 '자기'라 부르는 호칭, 의심의 여지 없는 입맞춤 소리.
성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한 아내의 사연을 통해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을 들어봤다.
"하도 자주 오니까…" 남편의 거짓말, 블랙박스가 알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남편의 잦은 외출이었다. 골프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남편은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새벽이 되어서야 귀가했고, 부쩍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아내가 방문을 열면 화들짝 놀라 스마트폰 화면을 감추는 모습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결정적 증거는 명절이 지난 어느 날 밤, 남편의 차량 블랙박스에서 나왔다. 야근을 한다던 남편은 자정을 넘겨 귀가했다. 아내가 확인한 영상 속에서 남편은 한 아파트 입구로 향하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월패드에 차량 출입 안 떴는데 어떻게 들어왔어?"라는 여자의 물음에 남편은 태연하게 "하도 자주 오니까 경비실에서 알고 열어주는 것 같아"라고 답했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탄 여자는 "쪽" 소리와 함께 남편에게 입을 맞췄다. 이어지는 대화는 아내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오늘은 집에 뭐라고 하고 왔어?" 여자의 질문은 남편이 기혼자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만남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남편은 "오늘은 야근이라 너무 늦게는 안 되고 12시 전후로는 들어가야 해"라고 답했다. 아내에게 둘러댄 변명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성관계 없어도 명백한 부정행위"…법의 판단은?
성관계 장면이라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상간자 소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는 "민법상 '부정한 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유부남임을 알면서 '자기'라고 호칭하고 스킨십을 하는 내용이 있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민경남 변호사 역시 "부정행위는 반드시 성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통화 내용상 유부남임을 인식하고 상당 기간 만남을 한 것으로 보여 단순한 실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원은 성관계 여부보다 부정행위의 '지속성, 밀접성, 은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 값은 얼마일까…위자료 1천만~3천만원, 기준은?
그렇다면 아내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는 어느 정도일까. 법조계에 따르면 위자료는 통상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교제 기간, 성관계 여부, 소송으로 인해 이혼에 이르렀는지, 자녀가 있는지 등에 따라 위자료 금액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부정행위가 혼인 관계 파탄에 미친 영향이 클수록,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깊을수록 배상액은 높아진다. 이번 사안처럼 상간녀가 상대의 기혼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도 관계를 이어간 점, 배우자를 속이는 데 동조한 정황 등은 위자료 산정 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루의 실수" 주장 뒤집을 추가 증거…불법 수집은 '독'
전문가들은 현재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소송이 가능하지만, '단 하루의 실수'라는 상대방의 주장을 완벽히 무너뜨리기 위해 추가 증거 확보를 조언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이재희 변호사는 "블랙박스 녹취에 '자주 오니까 경비실에서 열어준다'는 내용이 있으니 부정행위가 상당 기간 지속됐음이 입증된다"며 "바로 상간녀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남편과 상간녀의 통신 기록이나 상간녀 아파트의 차량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하면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를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다.
다만 법률사무소 더신사의 김연주 변호사는 "증거 수집 시 흥신소 의뢰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오히려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합법적 절차의 중요성을 경고했다. 감정적 대응보다 법적 절차에 따른 냉정한 대처가 중요한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