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팔 통증 치료받다 반신마비…법원 ‘의사 과실 75%’ 인정했다
[단독] 팔 통증 치료받다 반신마비…법원 ‘의사 과실 75%’ 인정했다
"신경에 닿았나 봐요" 의사 과실 인정
'사지마비' 위험 설명도 없이 주사
법원 6170만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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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차단술 시술 중 척수가 손상돼 반신마비가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사 책임 75%를 인정해 약 5천7백만 원 배상을 명령했다. /셔터스톡
2023년 3월 11일, 우측 팔에 통증을 느낀 A씨는 광양시의 한 신경외과의원을 찾았다. 의사 B씨는 척추 통증을 치료하는 '경막외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간단한 시술이 될 줄 알았던 주사. 하지만 주사바늘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A씨의 비극이 시작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주사를 맞던 도중 번개가 몸을 때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기절하였고, 우측 편마비 및 구음장애 등이 발생"했다.
A씨는 즉시 구급차에 실려 전남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됐다. MRI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단명은 '경부척수의 손상'. 팔 통증을 고치려다 척추신경이 손상되어 반신마비 증상을 얻은 것이다.
"신경에 살짝 닿았나 봐요"...의사의 실토
A씨와 그 가족은 의사 B씨를 상대로 "시술상 과실로 척수를 손상시켰고,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의사 B씨의 과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드러났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고 당일, B씨가 환자인 A씨에게 했던 말이었다. 법원은 "피고는 2023. 3. 11. 원고와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대화하면서 '바늘을 꿸 때 신경에 살짝 닿았나 봐요'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였다"고 사실로 인정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감정의 역시 "경막을 통과한 주사 바늘에 의한 직접적인 척수 손상이 강하게 의심"된다며, "시술상 술기의 과실에 의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감정의는 A씨의 마비 증상에 대해 "이 사건 의료사고의 기여도는 100%라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지마비 가능성,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도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 시술은 주사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감염, 뇌경색, 돌연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는 "매우 드물게 사지마비, 하반신마비, 척수경색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통상적으로 시술 전에 이를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 병원의 진료기록에는 "시술 전 동의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차트 어디에도 부작용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없었다. 피고(의사)조차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재판에서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법원 "의사 책임 75%"...6천여만 원 배상 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임성철 판사는 피고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로 원고의 척수를 손상시켰다"고 판시했다. 또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진통제 알러지 등으로 약물치료가 어려워 시술이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던 점, 시술 자체가 위험성을 수반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의사의 책임을 75%로 제한했다.
법원은 피고에게 원고 A씨의 기왕 치료비, 개호비, 그리고 65세까지의 일실수입 등을 합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1000만 원을 더해 총 57,303,585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A씨의 남편에게는 위자료 300만 원, 두 자녀에게는 각각 7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참고]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3가단65140 판결문 (2025. 8. 12.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