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가담 피의자 68명 "한국 안 돌아가겠다"⋯권리일까, 꼼수일까
캄보디아 범죄 가담 피의자 68명 "한국 안 돌아가겠다"⋯권리일까, 꼼수일까
정부, '범죄인 인도' 절차로 강제송환 검토

캄보디아에서 사이버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한국인 68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송환을 거부 중이며, 정부는 전원 송환 방침을 밝혔다. /셔터스톡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사이버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한국인 68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이들은 긴급여권 발급 등 우리 외교 당국의 도움을 거부하며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범죄 혐의자들이 고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하는 상황, 정부는 이들 전원을 국내로 데려와 직접 조사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세웠다. 이들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쟁점을 하나씩 풀어봤다.
캄보디아냐, 한국이냐⋯어느 나라 법으로 처벌받나
범죄가 발생한 곳에서 그 나라 법으로 처벌받는 것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당연한 절차다. 따라서 캄보디아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1차적으로 캄보디아 법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형법은 '속인주의'를 채택해,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죄를 지었더라도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형법 제3조). 과거 도박이 합법인 외국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내국인이 국내에서 상습도박죄로 처벌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캄보디아 법과 한국 법 모두의 적용 대상이다. 만약 캄보디아에서 형을 살더라도, 국내로 송환되면 같은 범죄로 다시 재판받을 수 있다. 다만, 외국에서 복역한 기간은 국내 형량에 포함해 계산한다(형법 제7조).
송환 거부는 유죄 자백일까?
그렇지 않다. 송환을 거부한다는 사실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모든 피의자를 무죄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이 송환을 거부하는 데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한국의 처벌이 캄보디아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계산
- 국내 송환 시 드러날 또 다른 여죄에 대한 두려움
- 단순히 한국의 사법 절차를 피하려는 의도
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송환 거부 행위 자체를 피의자에게 불리한 정황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안 가겠다" 버티는데⋯강제로 데려올 근거는
정부가 이들을 강제로 데려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 카드는 '범죄인 인도' 제도다. 이는 국가 간 조약이나 상호 합의에 따라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있는 범죄인의 신병을 넘겨주는 절차다.
정부가 "전원 송환 조사" 방침을 세우고 "캄보디아 당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통한 수사 공조"를 언급한 것은 바로 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물론 이는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캄보디아 정부의 주권적 판단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피의자들이 한국 국적의 외국인이기 때문에 캄보디아가 인도를 거부할 명분은 크지 않다.
계속 버티면 어떻게 되나
피의자들이 계속 송환을 거부하더라도 선택지는 많지 않다.
- 캄보디아에서 재판 및 수감: 가장 먼저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캄보디아 법에 따라 재판받고 현지 교도소에서 형을 살게 된다.
- 범죄인 인도로 강제 송환: 우리 정부의 요청을 캄보디아가 받아들이면,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 강제 추방: 캄보디아 정부가 이들을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로 판단해 자국에서 추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사실상 한국으로 송환된다.
- 여권 무효화: 우리 정부가 이들의 여권을 무효화하면, 이들은 국제 미아 신세가 된다. 합법적인 체류나 이동이 불가능해져 결국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의 버티기는 시간문제일 뿐, 어떤 경로로든 한국의 사법 절차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