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5억 안 갚은 연인에 '무죄'…법원 "신용불량 상태 알고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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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5억 안 갚은 연인에 '무죄'…법원 "신용불량 상태 알고 빌려줘"

2026. 05. 11 14:4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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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제 능력 없음을 이미 인지

적극적 기망 행위 증거 부족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에게 1억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돈을 건넬 당시 피고인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7단독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 B씨의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지인 돈 갚아야 한다" 1억 5,500만 원 교부받아

피고인 A씨는 지난 2019. 2.경 활동보조인으로서 피해자 B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해 8월부터 약 2년 동안 동거하는 등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 5.경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하니 돈을 빌려주면 다음 달부터 50만 원씩 갚겠다"라고 B씨를 속였다.


그러나 당시 A씨는 별다른 직업이나 소득이 없는 채무 초과 상태였으며, 빌린 돈을 개인적인 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었을 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를 시작으로 2019. 12.경까지 총 6회에 걸쳐 생활비, 교통사고 처리비용, 주택 임대차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합계 1억 5,500만 원을 B씨로부터 교부받은 혐의를 받았다.


법원 "피해자, 피고인의 신용불량 상태 알고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맞으나 증여받은 것이지 차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해자 B씨가 돈을 빌려줄 당시 이미 A씨의 경제적 무능력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B씨는 A씨가 활동보조인으로 일할 때부터 그가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또한 A씨로부터 "과거 사업 실패로 어려워 지인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연인이었던 피고인의 자금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변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이 변제 능력에 대해 허위 사실을 말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차용증 없고 변제 독촉도 안 해… "사기죄 성립 어려워"

두 사람 사이의 거래 방식 또한 일반적인 대여금 거래와는 거리가 멀었다.


1억 원이 넘는 거액이 오갔음에도 차용증이 작성되지 않았으며, 변제 기일이나 이자 등 구체적인 대여 조건에 관한 객관적 자료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울러 B씨는 A씨가 당초 약속했던 '매달 50만 원 변제'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추가로 돈을 건넸으며, 별다른 변제 독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빌려주는 사람)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해 장래의 변제 지체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단지 이후에 제대로 변제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결국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했다거나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참고]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고단1927 판결문 (2025. 5. 2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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