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받고 잠적한 사기꾼의 모든 계좌 막아버린 '사이다썰'⋯진짜 가능한 방법인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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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받고 잠적한 사기꾼의 모든 계좌 막아버린 '사이다썰'⋯진짜 가능한 방법인지 알아봤다

2020. 11. 18 15:24 작성2020. 11. 18 16: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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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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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커뮤니티에 한 사기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썰'이 올라왔다. 피해 금액은 5만원으로 소액으로 볼 수 있었지만, 그 복수는 작지 않았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탄산이 아주 센 사이다를 들이마신 것 같네요."


유명 커뮤니티에 한 사기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썰'이 올라왔다. 자신을 한 법무법인의 '사무장'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소액의 월세 사기를 당했다가 사기꾼을 응징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생중계하듯, 아주 세세하게 풀어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했다. 돈을 떼였을 때 "나는 이렇게 대응했다"며 공개한 방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통쾌한 정의구현 과정 때문인지 2017년에 올라 온 글이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다. 조회수는 수만건이 넘었고, 이곳저곳 글이 퍼 날라졌다. 그런데 실제로 가능한 방법인 걸까.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사기꾼 계좌번호만으로 신원 특정해 '채무불이행자'로 만든 한 사람

사건의 발단은 A씨가 잠깐 지낼 방을 알아보면서 시작됐다.


월세방을 계약하는 데 성공한 A씨. 그런데 상대방이 "월세 3개월치를 선불로 보내 달라"고 요구를 해왔다. A씨는 그 요구가 찜찜해 아주 소액만 보냈고, 아니나 다를까. 상대방이 잠수를 탔다. 입금한 돈은 5만원.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갈 곳을 잃게 되는 등 피해를 입은 A씨는 소송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기꾼을 상대로 단 5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액이지만 집요하게 달려들어 약 3년 만에 사과를 받아낸 A씨. 그가 풀어낸 이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계좌번호만으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기꾼을 특정했다.

② 소액인 5만원을 안 갚았을 뿐인데, 사기꾼의 은행 계좌가 막혔다.

③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 딱지 뗄 수 없다.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변호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변호사들은 "모두 가능한 일"이라며 "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답했다. A씨의 이야기에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없다는 말이다.


① 계좌번호만으로 모르는 사람을 찾아내 소송할 수 있을까⋯"가능"

민사소송의 시작은 원고(소송을 청구하는 쪽)와 피고(소송을 당하는 쪽)를 특정하는 것.


그런데 A씨는 상대의 신상을 전혀 모른 채 소장부터 접수했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지만, 로톡뉴스 취재 결과 '상대의 계좌를 아는 정도'로도 충분히 소송이 가능하다.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신청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법원에다 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소송에 필요하니, 상대방에 대한 사실 조회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법원 명의로 금융기관에 전달된다.


해당 금융기관은 이 요청에 따를 의무가 있으므로, 피해자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확보할 수 있다. A씨도 같은 방법을 이용해 상대방의 이름과 주소를 손에 넣었다.


그렇게 상대방이 사는 곳으로 소송장을 전달하는 것까지 성공한 A씨.


② '5만원'을 안 갚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은행 계좌 이용 막을 수 있을까⋯"가능"

"A씨에게 5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고도 갚지 않은 상대방. A씨는 사기꾼의 명의로 된 금융 계좌를 막았다. 단 5만원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금융거래가 막힐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 또한 가능하다고 말했다.


A씨는 두 단계를 거쳤다. 먼저 사기꾼이 돈을 갚지 않자 그를 '채무불이행자'에 이름을 올렸고, 그런 다음 '채권압류명령'을 걸어 상대방의 모든 은행 계좌를 압류했다.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고도 6개월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민사집행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를 '채무불이행자'로 신청할 수 있다. 한마디로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돈을 갚지 않았을 때, '불성실한 채무자'로 명부에 등재할 수 있는 제도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는 "(이 방법은) 민사집행법 제70조의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를 이용한 것"이라며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신규대출이나 카드사용, 계좌이용 등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사기꾼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조은결 변호사는 "신용불량자로 만든 것은 아니고, 금융거래에 상당한 제한이 가해지는 것뿐"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로톡 DB


③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 딱지 뗄 수 없다⋯"사실"

약 3년 만에 연락한 사기꾼은 뒤늦게 "돈을 갚을 테니 막힌 은행계좌를 풀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변호사들은 이 역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무불이행자'를 신청한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풀지 않을 수 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도 "풀어줄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변제를 받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법원에다 직접 '채무불이행자' 신분을 풀어달라고 신청해야 한다. 이 신청이 통과되려면 채무가 소멸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면 자동으로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기한은 무려 10년. 10년 동안 본인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셈이다.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무(無)대응으로 일관하다 5만원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사기꾼.


'법잘알'의 통쾌한 복수썰은 모두 사실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변호사들은 이같은 대응 방법을 추천하진 않는다고 했다. "A씨가 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유였다.


김현중 변호사는 "감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양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고 했다. 조은결 변호사는 "자신의 권리 구제를 위해 법적 절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문제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상당한 지식이 있어 절차 진행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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