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걸이 탐나서" 친구 음료에 수면제 탄 20대들… 법원이 '특수' 꼬리표 붙인 이유
"금목걸이 탐나서" 친구 음료에 수면제 탄 20대들… 법원이 '특수' 꼬리표 붙인 이유
믿었던 친구가 건넨 수면제 음료
'특수강도'가 된 우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믿었던 친구가 건넨 음료수 한 잔은 우정이 아닌 덫이었다. 친구의 1300만 원대 금목걸이를 빼앗기 위해 수면제를 몰래 먹인 20대 일당이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았다.
지난 3월 7일 광주 북구의 한 술집. 23세 동갑내기인 A씨와 B씨 일당은 평소 금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B씨가 담배를 피우자며 피해자를 밖으로 유인한 사이, A씨는 피해자의 음료에 향정신성 수면제를 갈아 넣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잠들지 않자 이들은 수면제 용량을 늘려 한 차례 더 먹였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의식을 잃지 않자, 결국 "한 번 착용만 해보겠다"며 목걸이를 건네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
범행을 주도한 A씨는 과거에도 지인들의 집에서 현금과 금반지 등 약 3000만 원어치를 훔쳐 중고 마켓에 팔아넘긴 전력이 있었다.
2인 이상 뭉치면 무거워지는 죄의 무게
이들의 범행에 수사기관과 법원은 단순 절도가 아닌 '특수강도미수'와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했다. 법률상 '특수'라는 무거운 꼬리표가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법에서는 2명 이상이 역할을 분담해 함께 범행을 저지르는 이른바 합동 요건을 충족하거나 흉기를 지니면 형량이 대폭 가중되는 특수 범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수면제를 투입하고 B씨는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여 합동 요건을 채웠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수면제 투여가 곧 '폭행'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피해자 몰래 수면제나 마취제를 먹여 항거불능으로 만드는 행위는 법리적으로 강도죄의 폭행에 해당한다.
이들이 수면제를 먹인 순간 이미 특수강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본 것이다. 비록 피해자가 잠들지 않아 억지로 빼앗는 데는 실패해 미수에 그쳤지만, 이후 속임수를 써서 목걸이를 들고 도주했으므로 특수절도죄까지 고스란히 추가됐다.
친구라는 방패 뒤에 숨은 칼날… '신뢰 악용'의 양형 기준
지인이라는 끈끈한 신뢰 관계를 악용한 점은 재판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가중 요소로 작용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인적 신뢰 관계 이용은 명백한 가중 사유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친구로 믿고 방어 의지를 낮춘 상태에서 범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불법성이 훨씬 크다고 보는 것이다.
구성요건인 '합동'과는 별개로, 친구라는 관계를 철저히 이용해 범행 대상을 고르고 접근한 점은 양형 단계에서 독립적인 가중 처벌 근거가 된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송현)는 이들의 죄질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정량 이상의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사망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음에도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며 "피해자 수가 4명에 이르고 범행 규모도 작지 않아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결국 재판부는 주범 A씨에게 징역 2년을, 범행에 적극 가담한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C씨와 D씨에게는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 원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