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렸지?" 의혹 한 줄에 31시간 증명한 작가⋯결백 증명은 창작자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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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그렸지?" 의혹 한 줄에 31시간 증명한 작가⋯결백 증명은 창작자 몫인가

2026. 07. 22 15:2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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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작가 은환, 'AI 모작' 허위 제보에 31시간 작업 영상으로 소명

올해 시행된 인공지능 기본법

개인 창작자 AI 사용 표기 의무는 '공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공들여 그린 그림을 '인공지능(AI) 모작'으로 의심받은 창작자가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버튼을 '딸깍' 한 번 누르면 인공지능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뜻의 '딸깍 출판', '딸깍 작품'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기술의 편리함 이면에는, AI를 쓰지 않은 창작자가 "나는 AI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법적 사각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허위 제보 한 통에 31시간 작업 영상 캡처해 소명⋯"뭘 해도 트집"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삽화와 캐릭터를 그리는 개인 창작자 은환 씨는 최근 한 일러스트 행사 사무국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은환 씨의 출품작 두 점을 가리켜 "AI로 만든 것 아니냐"는 허위 제보가 접수됐으니 소명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은환 씨는 평소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작업 과정을 촬영해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무려 31시간에 달하는 작업 영상을 시간대별로 일일이 캡처해 사무국에 제출해야만 했다.


은환 씨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제 나름대로는 엄청 공을 많이 들인 그림이라 한 점당 일주일 넘게 걸렸다"며 "바로 모작이다, AI다 해 버리니까 해명을 해도 떡밥 던져 주는 것처럼 되어버려 허무하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소명을 마친 후에도 온라인상의 마녀사냥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굳이 안 그려도 되는 선을 그렸다"며 억지스러운 트집을 잡는 등 끝없는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은환 씨는 "이제는 제가 뭘 해도 안 믿는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심지어 작업 과정을 모두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하라는 막무가내식 요구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됐지만, 개인 창작자 표기 의무는 없다


이러한 촌극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 공백에 있다. 올해부터 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됐으나, 해당 법의 규제 대상은 AI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한정돼 있다.


개인 창작자가 AI를 사용했을 때 이를 표기해야 할 법적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AI 사용 여부를 밝힐 의무도, 반대로 AI를 쓰지 않았음을 법적으로 공인받을 기준점도 부재하다.


변호사 "인간과 AI 창작물 구분할 법적 기준 마련 시급해"


전문가들은 인간의 창작물과 AI 결과물을 명확히 구분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디지털정보위원장인 최호웅 변호사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인간의 가치는 구분되어야만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인공지능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이나 창작물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 점이 보장되어야만 인간의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은 공개된 창작물을 무서운 속도로 학습하며 발전하고 있다. 반면, 이를 뒷받침해야 할 법과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분쟁을 막기 위해 개인 창작물의 AI 사용 표기 기준에 대한 진지한 법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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