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녹취'로 성범죄 누명 벗었는데…거짓말한 상대방, 무고죄로 처벌될까
'1시간 녹취'로 성범죄 누명 벗었는데…거짓말한 상대방, 무고죄로 처벌될까
유사강간 혐의로 피소, 녹취록 제출해 '혐의없음' 앞둬
관련자 상대 민사소송도 승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억울하게 유사강간 혐의로 고발당했다.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뻔한 위기에서 A씨를 구한 건 사건 당시 상황이 전부 담긴 '1시간 분량의 원본 녹취록'이었다.
A씨는 이 녹취록을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상대방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나 곧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을 예정이다. 심지어 이 사건에 개입해 A씨를 괴롭힌 관련자를 상대로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까지 받았다.
이제 A씨는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상대방을 무고죄로 처벌받게 하고 싶다. A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혐의없음' 받았다고 무고죄가 바로 성립하는 건 아니다
A씨가 유사강간 혐의를 벗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의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무고죄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A씨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핵심은 상대방이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질문자님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하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 역시 "무고죄는 불송치(혐의없음) 결정만으로 자동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무상 가장 중요한 전제"라며 "무고죄 입증의 기준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무고죄는 타인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시간 녹취록'과 '상대방 진술'을 시간순으로 대조해야
그렇다면 상대방의 '고의'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1시간짜리 원본 녹취록'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봤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사건 전체를 담은 1시간 분량의 원본 녹취가 존재한다면, 상대방이 신고 당시 진술한 내용과 녹취에 나타난 실제 정황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시간순으로 대조하여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기억의 차이나 과장이 아니라, 유사강간죄 성립의 핵심인 '강제성' 여부 등을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당시 상황 전체가 담긴 녹취록을 통해 상대방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신고하였다는 고의성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련자 상대 민사 승소, '악의적 공모' 정황 증거될까
A씨는 사건에 개입한 관련자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상대의 악의적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A씨는 이 판결문을 허위 고소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쓰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민사 판결이 무고죄의 직접 증거는 아니지만, 고소의 동기나 공모 관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민사 승소 판결문은 직접적인 무고 증거는 아니지만, 상대방의 악의적 의도와 괴롭힘의 연속성·공모 관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로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변호사는 판결의 결론보다 이유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조율 조가연 변호사는 "판결 이유에서 관련자의 행위, 공모·연락관계, 허위사실 생성·전달과정을 법원이 어떻게 인정했는지가 무고 고소에서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합의금 요구는 신중해야…'공갈죄'로 역고소 당할 수도
A씨는 무고죄 고소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고 합당한 합의금이나 손해배상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 과정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합의금에는 정해진 시세가 없을뿐더러, 고소를 빌미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공갈죄나 협박죄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에스씨 조승연 변호사는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직접 연락이나 과도한 금전 요구는 역으로 문제될 수 있다"며 "변호사를 통해 무고 고소와 별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정하고, 합법적 합의 절차만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고소와 동시에 민사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무고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위자료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형사고소와 동시에 진행할 것을 권해 드린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