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 남자가 머물렀던 방, 한 명은 사망했고 두 명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단독] 세 남자가 머물렀던 방, 한 명은 사망했고 두 명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 기묘한 살인사건의 전말
![[단독] 세 남자가 머물렀던 방, 한 명은 사망했고 두 명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17961715706860.jpg?q=80&s=832x832)
지난 2019년 경북 청도의 작은 방 안에 세 남자가 있었다. 밤새워 술잔을 기울였던 그들. 그러나 이튿날 그 방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온 사람은 2명뿐이었다.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19년 겨울밤, 경북 청도의 작은 방 안에 세 남자가 있었다. 밤새워 술잔을 기울였던 그들. 그러나 이튿날 그 방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온 사람은 2명뿐이었다. 1명은 칼에 찔리고 피와 오물에 범벅이 된 채로 발견됐다.
방 안에 있던 사람은 세 명. 한 명이 사망했으니 나머지 둘 중 하나가 범인이었다. 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 살인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현장의 증거나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 행위가 모두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범인이 딱 1번 휘두른 칼에 사망했다. 피해자의 몸에는 오른쪽 등허리부터 배 안쪽까지 18cm의 깊숙한 자상이 남았다. 사망 원인이 분명하니 누가 칼을 휘둘렀는지만 확인하면 됐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범행 흉기에서 사건 당일 함께 있었던 세 남자의 DNA가 모두 검출됐기 때문이다. 누가 찔렀는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남자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A씨는 "피해자가 B씨와 욕을 하며 다투는 것까지 보고 잤는데, 일어나 보니 피해자는 사망한 상태였다"며 "B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피해자가 A씨에게 '다리 병신'이라고 말했고, A씨가 이에 격분해 칼을 휘둘렀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허위 진술 정황이 밝혀진 A씨를 피고인으로 특정했다. 이후 A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쉽게 사건이 풀리나 싶었지만, 다시금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A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면서 자연스럽게 B씨는 핵심증인이 됐다. 하지만 B씨는 "사건에 엮이기 싫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확실한 증거와 목격자가 없는 상황. 결국 지난 2019년 8월, 1심 재판부는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항소로 이어진 재판. 2심 재판부는 의학 전문가를 재판에 참여하도록 했다.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1심에서는 수사과정에서 A씨가 자백을 한 통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 결과 판세를 뒤집을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혈흔의 모양과 흐름이었다.
혈흔은 흉기가 만든 피해 증거다. 그러니 이걸 잘 살펴보면 ①흉기가 누구로부터 뻗어 나오기 시작해 피해자에게 꽂혔는지, ②피해자의 몸에서 빠져나온 뒤 어느 방향으로 되돌아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건 현장에 혈흔이 가득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혈흔은 안방의 수납장과 안쪽 벽 사이에서 발견됐다. 혈흔감정서에 따르면 거기에 있었던 사람이 피해자를 찌른 유력한 용의자였다.
그곳에 앉아있던 사람이 피고인 A씨였다. B씨 자리에서는 별다른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 A씨 측은 줄곧 "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면서 "술에 취한데다 몸에 힘을 주기도 어려운데 (흉기로) 누군가를 18cm 깊이로 찌르기는 불가능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부검의와 전문심리위원의 분석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다.
피고인 A씨와 피해자 사이는 1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이 정도 거리에서는 약간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를 공격할 수 있는 자세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리 장애와 상관 없다는 취지였다. 또한 피해자가 찔린 부위는 근육과 정맥을 통과하고 나면, 배 속의 열린 공간이 나오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도 깊이 찌르는 게 가능한 부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 부검감정서와 검시(檢視) 사진을 피고인 A씨와 목격자 B씨의 진술과 대조하면서 사실관계를 입증해나갔다. 결국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받았던 A씨는 의학적인 입증 자료가 나오면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연우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이미 14번이나 범죄 전력이 있고, 이번 사건처럼 흉기 등을 이용한 상해죄로 3차례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면서 "또다시 사람을 칼로 찌르고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사망하게 만든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A씨의 항소로 대법원에 간 이 사건.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부검의와 국과수, 의사인 전문심리위원들에게도 의견을 물으며 여러 방면으로 심리를 진행했다"면서 "그 결과 공소사실이 모두 입증됐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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