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반의사불벌죄' 폐지 검토도 좋지만, 만들어둔 제도 제대로 활용되는지 검토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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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반의사불벌죄' 폐지 검토도 좋지만, 만들어둔 제도 제대로 활용되는지 검토해봐야

2022. 09. 20 18:50 작성2022. 09. 22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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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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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법원과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를 대리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법원과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한 차례 전주환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이후 피해자가 두 번째 고소했을 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는 이번 사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스토킹 피해자를 대리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예견된 참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킹 사건 맡은 변호사들의 대부분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아쉬움을 보였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실제 사건을 수행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던 적이 많다"며 사건을 소개했다.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법원에서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을 결정하는 것)를 받아냈으나, 해당 기간이 끝난 뒤 잠정조치의 '연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건이었다.


당시 법원은 "잠정조치 기간 동안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 등에게 접근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기각했다. 법원이 연락하지 말라고 한 기간 동안 연락하지 않았으니, 더 이상 막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추 변호사는 "대다수 스토킹 가해자들은 잠정조치를 받으면 그 기간은 자제하다가,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합의 등을 강요하며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다수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연락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법원에서 이런 피해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예견된 참사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실무 현장에서 종종 수사기관의 공감 능력 부재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토킹 피해자를 대리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건,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지나치게 객관적으로만 보는 수사기관의 태도"라고 했다.


예를들어 "이번 신당역 사건처럼 수사기관에서 '존댓말로 정중히 문자를 보낸 것이니 스토킹이 아니다', '합의를 위한 연락이니 스토킹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고 했다. 이번에만 '가해자의 정중함'을 이유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한 게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사실 스토킹 피해자 등에 대한 법적 지원 제도 자체는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법은 형사 사건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조치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신속하게 작동할 만한 여건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스마트워치 등 장비의 수량이 부족해 스토킹 피해자가 이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뿐만 아니라 "임시거처(보호시설) 제공 역시 여건이 되지 않아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를 보완하려고 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도 좋지만⋯만들어둔 제도 제대로 활용하는 게 중요

현재 무엇보다 개선이 시급한 점에 대해선, 법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라고 추선희 변호사는 밝혔다. 추 변호사는 "당연히 폐지돼야 하고,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도 가해자가 지속해서 합의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아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도 "합의를 빌미로 한 가해자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가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된다"고 했고, 법무법인 LF의 이경민 변호사 역시 "이를 폐지함으로써 가해자의 추가 가해 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주한 변호사는 "지금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 보다, 이미 마련된 제도가 공백 없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제도의 확대 ▲여성청소년계 수사인력의 확대 ▲이미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한 홍보와 교육 등이 현실적인 개선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 '법무법인 LF의 이경민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배인순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 '법무법인 LF의 이경민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배인순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JY 법률사무소의 배인순 변호사도 "스토킹처벌법의 시행 이후 경찰서 여성청소년과(계)의 업무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경찰이 모든 피해자를 밀착해서 보호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한 현실도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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