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나온 1600년 전 신라시대 인골(人骨)…이것도 문화재일까?
경주서 나온 1600년 전 신라시대 인골(人骨)…이것도 문화재일까?
경주 월성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나온 신라시대 '여성 인골'
당시 의례 행위 파악할 중요 자료라는데⋯문화재 지정은 안 된다?
현행법상 인골은 연구 마치고나면, 무연고 시신으로 화장 처리

경주 월성의 신라 왕궁터에서 1600년 전 여성의 뼈가 발견됐다. 과거 신라인들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는데, 연구가 마무리되면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함께 묻혔던 부장품들과 함께 문화재로 보존되는 걸까? 위 사진은 월성에서 발굴된 여성 인골의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경주에서 또 한 번 신라시대 흔적이 발견됐다. 신라 왕궁터인 월성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여성의 인골(人骨)이 나온 것. 해당 인골은 유리구슬 목걸이와 팔찌를 찬 채로, 토기 두 점과 함께 묻혀 있었다. 약 1600년 전, 성벽을 쌓으면서 제물로 희생(인신공희·人身供犧)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해당 발굴 조사를 진행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성벽의 인신공희는 국내 유일 사례라며, 신라인들의 의례 행위 등 삶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특히 대부분이 산성 토양인 우리나라에서는 썩지 않고 형태가 유지된 인골이 발견되기도 어렵다. 그만큼 인골 자체가 희귀한 역사 자료이니, 다른 출토품처럼 문화재로 지정돼 특별 관리가 이뤄질 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상 문화재 현장에서 발굴된 인골들은 문화재가 아니라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된다. 우리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서 규정하는 문화재의 범주에는 인골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소한 이 법은 매장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의 원형(原形)을 유지·계승하고, 매장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호ㆍ조사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는 △땅이나 수중에 매장된 유형 문화재나 △퇴적된 화석 등을 문화재로 보고 있다(제2조). 다만, 인골이나 미라는 해당되지 않는다. 문화재보호법에도 인골에 대한 내용은 없다.

오히려 인골과 같이 묻힌 장신구나 그릇 등 각종 부장품은 문화재가 될 수 있지만, 생전의 주인이었던 인골은 여기에 해당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에도 경기도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의 묘에서 발굴된 출토품들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는데, 이때 역시 인골이 아닌 그들이 입었던 복식만 문화재로 지정됐다.
8일,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도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인골이나 미라는 무연고 시신 처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문화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가 마무리된 인골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연고 시신으로서 화장된다. 발견 당시 상태에 따라 매장을 하기도 한다.
김헌석 주무관은 "조상 대대로 관리하는 선산 등에서 발견됐다면 연고자를 찾아주는 게 가능하다"면서 "이와 달리 삼국시대와 같이 오래전에 묻힌 인골은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워, 보통 화장이나 재매장 처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주 월성에서 발견된 '인신공희 인골'은 그런 절차를 밟지 않게 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이 연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보존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헌석 주무관은 "인골에는 과거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며 "연구소에서는 앞서 발굴한 인골들도 화장하지 않고 동일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 법은 없지만, 개별 연구소의 노력으로 보존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처럼 그 가치가 인정돼, 특별히 보존 중인 인골들이 있다. 고려대 구로 병원과 의과대학에도 총 8구의 미라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한국 자연사박물관 등에서도 미라를 보존하고 있다. 이는 모두 연구소, 박물관 등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다.
인골의 보존 등을 규정하는 법안은 지난 2014년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법안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골과 미라를 연구 보관하는 조치를 담은 매장문화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