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84억 배상' 확정…한국 법정이었다면?
트럼프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84억 배상' 확정…한국 법정이었다면?
'30년 전 사건' 공소·소멸시효에 발목
형사처벌 및 민사 청구 모두 불가능

뉴욕 법원 나서는 E. 진 캐럴(2024년 9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약 30년 전 백화점 탈의실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에게 80억 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배상 책임이 확정된 가운데, 한국 법 체계에서는 공소시효 만료와 손해배상 제도의 차이로 인해 이와 같은 거액의 배상이나 형사처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법리적 분석이 나온다.
30년 전 백화점 탈의실의 진실 공방
사건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션 칼럼니스트인 E. 진 캐럴은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럴을 알지 못하며,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해왔다.
양측의 팽팽한 갈등은 결국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라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이 사건에서 미국 배심원단은 성폭행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확정된 84억 원 배상…명예훼손 소송도 진행 중
사건을 심리한 미국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상금 500만 달러와 지연이자를 캐럴 측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법원에 판결을 재검토해달라며 상고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판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연이자가 합산된 최종 배상금 562만 달러(약 84억 원)의 지급을 완료했다.
이와는 별개로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위자료 지급 소송에서도 1, 2심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8천330만 달러(약 1천285억 원)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상태로, 해당 소송은 아직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한국 법정이었다면? 첫 번째 장벽 '시효'
만약 동일한 백화점 탈의실 성추행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신체에 대한 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가장 큰 법적 장벽은 '공소시효'다. 한국 형법에 따르면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0년이 지났고 피해자가 당시 이미 성인이었으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권 역시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기각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없는 한국 위자료의 현실
설령 시효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80억 원에 달하는 고액의 배상금은 한국의 위자료 산정 기준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법원이 실제 손해를 초과해 가해자를 강력히 응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채택한 것과 달리, 한국의 민법은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만을 보전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실제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범죄의 중대성과 반복성 등을 널리 인정하더라도 한국 법정에서 성범죄로 인해 인정되는 위자료의 사실상 상한선은 1억 원 내외에 그친다.
미국의 거액 배상 판결과 한국의 엄격한 시효 및 위자료 산정 방식이 법리적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