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나비효과...'탈쿠팡' 움직임에 소상공인 속앓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나비효과...'탈쿠팡' 움직임에 소상공인 속앓이
최저가 강요·수수료 전가 논란
플랫폼 독과점 그늘 드러나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천400만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쿠팡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소비자의 '탈쿠팡' 운동으로 번지면서, 역설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플랫폼에 종속된 영세 판매자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쿠팡 사태의 이면에 가려진 소상공인들의 구조적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매출 반토막 나도 못 떠나"... 플랫폼에 갇힌 소상공인들
이번 사태의 파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방송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 정보 유출이 확인되면서 '탈쿠팡'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문제는 쿠팡 입점 업체의 75%가 소상공인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그동안 영세 사업자들의 핵심 판로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그 의존도가 독이 되어 돌아왔다. 한 입점 판매자는 인터뷰에서 "매출의 2/3가 쿠팡에서 나오다 보니 항상 불안했다"며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도 즉각적인 타격을 입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매출 하락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유 작가는 "3370만 개 계정 노출 보도가 나온 지난 1일 이후, 바로 다음 날인 2일부터 급격한 매출 감소를 체감했다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재고 관리부터 발송까지 직접 담당하는 판매자일수록 그 타격은 즉각적이다.
"다른 곳에서 할인하면 수수료 내놔라"... 최저가 강요의 덫
더 큰 문제는 판매자들이 쿠팡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기형적 구조에 있다. 방송에서는 쿠팡의 이른바 '최저가 매칭 시스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생활용품 판매자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은 판매자에게 살인적인 수수료와 최저가를 동시에 요구했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냄비를 팔 때 쿠팡은 수수료 40%를 떼고 6,000원에 납품받아 4,000원의 이익을 챙긴다.
그런데 만약 판매자가 다른 플랫폼에서 1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쿠팡 시스템은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쿠팡 내 판매 가격도 같이 내려버린다. 유 작가는 "가격이 내려가면 쿠팡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줄어드는데, 쿠팡은 그 줄어든 차액(예: 400원)을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더 내거나 공급가를 낮추라는 식으로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판매자가 퇴출당하는 구조다. 결국 플랫폼 간의 최저가 경쟁 비용을 힘없는 입점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틴다"... 독과점 규제 실패의 청구서
소비자들은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의 편리함에 환호했지만, 그 이면에는 판매자들의 피눈물이 있었다. 판매자들은 "그동안 쌓아 놓은 상품평과 사무실 운영비, 직원 월급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쿠팡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번 1위 기업의 생태계에 포섭되면, 대체할 판로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유 작가는 "판매자들도 결국 쿠팡이 괘씸하지만, 탈쿠팡 현상이 반갑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를 제때 하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결국 가장 힘이 약한 영세 사업자와 소비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