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라는 이름의 청년 착취…수백 대 1 뚫고 들어갔더니 "짐꾼 신세"
'서포터즈'라는 이름의 청년 착취…수백 대 1 뚫고 들어갔더니 "짐꾼 신세"
대기업 서포터즈 지원한 취준생 "마케팅 배운다더니 짐만 날랐다"
노무사 "기업이 의도한 사각지대…법 보호 전혀 못 받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취업 스펙 한 줄이 간절한 청년들을 노린 기업들의 '열정 페이' 착취가 '서포터즈'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돼 횡행하고 있다. 인턴보다 진입 장벽은 낮으면서도,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유혹에 대학생들이 몰리지만, 실상은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법외 노동 현장이었다.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는 유승민 작가가 출연해 이같은 채용 갑질 실태를 고발했다.
화려한 공고 뒤 숨겨진 '노동 착취'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홍보 활동을 돕는 '서포터즈'는 매달 100여 건의 공고가 올라올 만큼 활성화된 대외활동이다. 기업은 "실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하고, 취업준비생은 "스펙 한 줄이라도 더"라는 마음으로 지원한다. 경쟁률은 수백 대 일에 달한다.
방송에 소개된 대학생 김 씨의 사례는 충격적이다. 스포츠 업계 대기업 서포터즈에 합격한 김 씨는 스포츠 이벤트 기획 업무를 기대했다. 혜택으로 ▲경기 무료 관람 ▲실무 특강 ▲인턴 지원 시 우대 ▲수료증 발급 등이 약속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원정 경기를 갈 때 버스를 대절해 주는 것 외에 교통비나 식비 등 활동비 지원은 전무했다. 업무 내용도 기대와 딴판이었다. 김 씨는 "협찬 음료 수천 개가 쌓여 있는데 그걸 다 옮기고 관중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했다"며 "도장을 잘 받으려고 빠지지 않고 일했는데, 돌이켜보면 마케팅 직무와 무관한 육체노동이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토사구팽'식 운영이다. 해당 기업은 활동 3개월 차에 평가를 진행해 점수가 저조한 인원들의 활동을 즉시 중단시켰다. 중도 탈락자는 특강 수강 기회는 물론, 수료증조차 받지 못했다. 사실상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만 뽑아 쓰고 혜택은 주지 않은 셈이다.
폭언 듣고, 기부 강요받고... 무법지대 놓인 청년들
이런 부조리는 비단 스포츠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금융업계 서포터즈로 지원한 한 대학생은 '현장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조차 기피하는 민원 응대 업무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한 사회복지 법인 단체는 마케팅 수업 수료증 발급을 볼모로 잡고 대학생들에게 정기 후원을 강요하기도 했다. 사실상 돈을 내고 스펙을 사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유 작가는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 대부분이 익명 보장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기업의 채용 권력 앞에 취업준비생은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다.
노무사 "기업이 의도한 법의 사각지대"
문제는 이러한 서포터즈 활동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노동법의 규제를 피하면서 값싼 노동력을 수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에 출연한 문가람 노무사는 이를두고 "기업이 의도한 사각지대"라고 꼬집었다. 문 노무사는 "문제를 제기하려면 '이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라는 법적 언어가 필요한데, 서포터즈는 법 외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정의할 단어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조차 "다른 친구들도 다 이렇게 한다",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것"이라며 스스로 체념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