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옷, 서열 경쟁까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통째로 베낀 중국 예능
흑백 옷, 서열 경쟁까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통째로 베낀 중국 예능
소송하더라도 결국 중국 법정에서 싸워야

'흑백요리사' 표절 의혹이 제기된 중국의 '이판펑션' 포스터. / 바이두 캡처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를 빼닮은 중국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해 표절 논란이 점화됐다. 제작사 넷플릭스가 판권을 판매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 아이디어를 훔친 'K-콘텐츠 베끼기'가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중국 OTT 플랫폼 텐센트비디오는 최근 '이판펑션(一饭封神)'이라는 요리 서바이벌 예능을 공개했다. 100명의 요리사가 경연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은 공개 직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 '백수저' 셰프 군단에 도전하는 '흑백요리사'의 핵심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업계 대표 셰프들은 흰색 옷을, 무명 도전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는다는 점, 신인 셰프들의 첫 경연을 유명 셰프들이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장면 등 구체적인 연출 방식과 카메라 구도까지 판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중국에 '흑백요리사' 판권을 공식 판매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 측은 "현재 대응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당한 대가 없이 프로그램의 핵심 골격을 통째로 베낀 셈이다.
방송 포맷은 저작권 없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아슬아슬한 경계
방송 프로그램을 통째로 베꼈다는데, 왜 법적 대응은 쉽지 않을까. 문제는 '방송 포맷'이 저작권법의 완전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애매한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은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한다. 방송 포맷은 프로그램의 기본 구성이나 진행 방식 등 아이디어적 요소와 세트 디자인, 카메라 구도 등 표현적 요소가 뒤섞여 있다. 이 때문에 포맷 자체가 저작권법상 명시적인 보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법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법원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선 구체적인 표현의 유사성을 따진다.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법원은 "영상물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다뤘다(서울고등법원 2013나54972 판결).
즉, '흑백요리사'의 카메라 구도, 세트 디자인, 진행 방식 등 창작적 표현 요소들이 얼마나 유사한지가 저작권 침해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작권법의 빈틈 파고드는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의 문턱이 높다면, 다른 무기는 없을까. '부정경쟁방지법'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명백한 '성과'다. 중국 방송사가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넷플릭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부정경쟁행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국경 넘은 표절, 싸움의 무대는 어디인가
설령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주장하더라도 싸움의 무대는 중국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저작권 관련 국제 조약인 '베른 협약(Berne Convention)' 가입국이지만, 이 협약은 "보호가 요구된 국가의 법률에 따라 규율된다"고 정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침해는 '침해지법(침해 행위가 발생한 곳의 법률)'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43936 판결).
넷플릭스가 중국 법정에서 승소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분쟁 해결, 혹은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제기도 대응 수단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