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문대 전액 장학생 인생에 빨간줄 남길뻔한 '초콜릿'의 정체
[단독] 명문대 전액 장학생 인생에 빨간줄 남길뻔한 '초콜릿'의 정체
친구가 준 초콜릿 먹은 대학생, 8시간 동안 '이상 행동'
공무집행방해 및 강제추행으로 재판⋯ '이것' 인정되며 무죄
![[단독] 명문대 전액 장학생 인생에 빨간줄 남길뻔한 '초콜릿'의 정체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2-11T19.53.50.933_640.jpg?q=80&s=832x832)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가 준 초콜릿을 받아먹었다가 큰일을 겪은, 그리고 더 큰 일을 겪을뻔한 대학생이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하나님 아버지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지난해 8월 새벽 서울의 한 교회 담벼락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20대 청년이 있었다. A씨는 자신의 죄스러운 삶을 무려 3시간에 걸쳐 자세히도 뉘우쳤다. 치열한 회개를 거듭하던 A씨. 갑자기 벌떡 일어나 서울역을 향해 달려갔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티켓도 끊지 않은 채 눈에 들어온 KTX를 탔다. 그리고 오송역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 넋을 잃고 배회하다 경찰관에게 붙잡았다.
경찰 연락을 받고 급히 오송으로 내려온 부모는 A씨를 즉시 대학병원에 데려갔다. 명문대 수학과 전액 장학생이었던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노심초사하며 검진 결과를 기다렸다. 생각지 못했던 말이 의사 입에서 나왔다.
"대마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사건은 하루 전날 저녁 자리에서 시작됐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난 A씨는 기분 좋게 시간을 보냈다. 그 자리에 친구 하나가 초콜릿 하나를 건넸다. "기분 좋아지는 초콜릿인데, 한번 먹어볼래?" A씨는 별생각 없이 그 초콜릿을 먹었다.
그때부터였다. 가슴이 뜨겁게 조였다.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친구들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친구들에게 "왜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하느냐"는 말을 들은 A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파출소로 직행한 A씨는 횡설수설 말을 했다. 마약을 의심한 경찰관들은 A씨를 태우고 경찰서로 데려갔다. 파출소에는 마약을 검사할 수단이 없었다.
경찰서에 도착한 A씨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불현듯 "전화할 데가 있다"고 고집을 피웠다. 전화기를 건네주었더니 한 군부대에 전화를 걸어 '김 병장'을 찾았다. "통신 보안! 김 병장이냐?" 통화 내용을 들은 경찰관은 탈영병인가 싶어 신분 조회를 했다. 하지만 A씨는 반년 전 전역한 민간인이었다.
A씨는 이어 당직근무 중이던 여성 경찰관에게도 행패를 부렸다. 그 여경에게 다가가 난데없이 "현진아!"라고 부르며, 붙잡아 벽에 밀치기까지 했다. 여경의 이름은 '현진'이 아니었다.
경찰은 난동을 부리는 A씨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단 체포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신원 확인 후 귀가시켰다.
경찰서를 나온 A씨는 곧장 교회 담벼락으로 갔다. 그때부터 3시간에 걸친 고해성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A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을 그냥 놔둘 순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마약에 취해 있었으니 '심신미약'이었다고 본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항소심(2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부(재판장 이내주)는 김씨가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김씨가 친구에게 받아먹은 건 대마 초콜릿이었다.
② 김씨는 피해 여경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으로 착각하고, 학생 이름으로 여경을 불렀다.
③ 김씨는 전역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범행 이후 자신이 현역이라 생각해 실제로 군대에 전화를 걸었다.
④ 김씨는 경찰서를 빠져나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교회 담벼락에서 3시간 정도 기도를 했다.
재판부는 "사람에 따라 마약 성분에 대한 민감도는 다르다"며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김씨가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맞는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