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에 빠져 배우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 전자발찌 불가
도박중독에 빠져 배우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 전자발찌 불가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조선족인 중국인 A씨는 지난 2001년 대한민국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5년 전에는 같은 조선족 아내 B씨를 만나 사실혼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어느 날 도박에 빠집니다. 그리고 수중에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해버렸죠. 도박빚과 카드빚 독촉에 시달린 A씨는 그래도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0월 B씨 몰래 13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할부로 샀습니다. 두 달 후 이 차량을 담보로 맡겨 사채로 600만원을 빌렸습니다. 일주일 뒤 100만원을 더해 700만원으로 갚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600만원을 통째로 하루도 안 돼 도박자금으로 다 써버렸습니다.
결국 A씨는 선을 넘었습니다. B씨에게 손을 벌린 거죠. A씨는 B씨에게 “오늘 차를 맡기고 600만 원을 빌렸다. 일주일 뒤에 700만 원으로 갚아야 하니까 700만 원만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말을 참을 수 없던 B씨는 “나가 죽어”라고 말하며 거절했습니다.
이 말에 A씨는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다음 날 아침 8시쯤 일어나 화장실에 갔던 B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이성을 잃고 B씨의 몸을 그대로 들어 안방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목을 양손으로 힘껏 눌러버렸습니다. 그렇게 B씨는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숨이 멎었습니다.
A씨의 행각은 범행 이후에도 엽기적입니다. A씨는 보험설계사에게 B씨의 사망 보험금을 자신이 수령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장례식장에서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유족에게 또 하나의 마음의 상처를 줬습니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은 징역 14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전자발찌’라 불리는 전자장치의 부착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A씨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길래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한 걸까요?
재판부는 먼저 A씨의 범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1심은 “A씨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여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범행의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A씨는 이 사건을 제외하곤 전과가 없습니다. 재범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는 시험에서도 A씨의 재범위험성은 ‘낮음’으로 나왔습니다. 정신질환을 알아보는 시험에서도 A씨의 재범위험성은 ‘중간’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수치로 봐도 A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음이 증명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