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인 소환’으로 본 검찰의 오락가락 포토라인 기준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조국 부인 소환’으로 본 검찰의 오락가락 포토라인 기준

2019. 10. 01 18:39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검찰, 정경심 교수 공개소환 → 비공개 소환으로 말 바꿔

누구는 조사 전부터 주목받고, 누구는 조용하게 재판까지

포토라인에 서는 기준은? 검찰의 '고무줄 잣대' 논란

[이 자리에 설 사람은 누구입니까]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이번 주 초반 검찰에 공개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공개 소환 방침으로 바뀌며 취재진의 거센 항의가 나왔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될 전망이다. 이로써 정 교수가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찌감치 지난달 말부터 '공개소환'을 기정사실로 해왔고 이런 방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는 매일 취재진 수십명이 24시간 대기하며 정씨 소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비공개 소환 방침’이라며 돌연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촬영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거센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 사태로 검찰의 '포토라인'에 대한 고무줄 잣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취재 경쟁' 막는다는 미명하에⋯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우던 검찰

지금까지 검찰이 피의자 소환 장면을 재량껏 허용할 수 있었던 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수사공보준칙) 덕분이다. 이 준칙은 '포토라인'에 대한 전적인 재량을 검찰에 부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준칙에 따라 공적 인물의 소환이나 조사 사실이 알려져 촬영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경우 포토라인을 설치해 촬영을 허용해 왔다. 취재 경쟁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을 설정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어떤 경우가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인지는 검찰이 자체 판단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충돌이 예상돼도 포토라인의 설정 여부는 검찰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극단적으로는 충돌이 예상돼도 검찰이 "포토라인을 안 그리겠다"고 하면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없었다.

공개 소환당하면 무조건 포토라인에 선다? 사실은⋯

다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사공보준칙에는 포토라인을 세울 때 '피의자 동의'를 필수요건으로 해뒀다. 피의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촬영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핀'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라도 '피의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소환 장면에 대한 촬영이 허용된다. 이 규정을 원칙적으로 적용할 경우 검찰은 '피의자의 실질적인 동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해오지 않았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인 김후곤 검사장은 "(준칙에 따르면)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실제로는 이러한 동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그 의사에 따라 촬영 유무가 결정된 바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포토라인을 설치해왔다는 말이다.


김 검사장은 "지금까지는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기보다는, 피의자가 포토라인을 통과하여 검찰청사로 들어오는 경우 묵시적인 승낙이 있는 것으로 넓게 해석해서 허용했다"고 했다.


이어 "수사공보준칙의 기본적인 취지 및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초상권을 충실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경심 교수, 취재진과 접촉 차단된 통로 이용할 듯

정 교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1일 "지난주부터 정씨의 건강 상태에 대한 염려가 제기됐고, 또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통상의 소환 방식으로 정씨가 출석하다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다른 방식을 취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말하는 다른 방식이란 1층 현관 출입구가 아닌 지하 주차장 등의 출입로를 말한다. 이 경우 취재진과 접촉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누구는 조사 전부터 주목받고, 누구는 조용하게 재판까지⋯ 오락가락 포토라인 기준

앞서 검찰은 정 교수 소환 방식에 대해 '원칙대로 공개소환'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지난달 25일 "통상적 절차에 따라 소환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통로로 출석시키지 않고 다른 피의자들처럼 검찰청사 1층 출입문을 통해 소환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말을 바꿨다. 검찰이 공개소환을 천명했다가 비공개 소환으로 방침을 바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피의자의 건강이 우려되거나 소환 당일 충돌이 예상됐던 경우에도 지금껏 검찰은 '공개 소환 방침'을 고집스럽게 유지해왔다.


[휠체어 타고⋯ 검찰 소환된 이상득 전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2018년 8월 7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국정원에서 억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휠체어를 탄 채로 포토라인에 섰다. 당시 83세였다.


앞서 2011년에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 고(故) 이선애씨 역시 병원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해 휠체어에 실려 84세의 나이로 포토라인을 거쳐야 했다. 당시 변호인들은 건강상의 이유를 제기했지만 검찰은 공개 소환을 강행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