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기꾼의 아빠가 경찰이라 빽 쓴다" 비리 폭로했는데…왜 거꾸로 유죄 판결
[단독] "사기꾼의 아빠가 경찰이라 빽 쓴다" 비리 폭로했는데…왜 거꾸로 유죄 판결
불법 녹음 파일 하나가 가른 엇갈린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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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들의 사기 사건에 개입한 '경찰 아빠'의 비리 폭로 사건에서, 폭로자 A씨가 거꾸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버지가 아들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다.
법원은 A씨의 폭로 행동이 불법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를 참작해 이례적으로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B씨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외압이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제3자로부터 B씨와 그의 '경찰 간부 아버지'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파일에는 아들 사건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A씨는 이를 '아빠 찬스'의 증거로 보고 2021년 1월, 한 인터넷 카페에 해당 파일을 공개했다. 결국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법 조항을 어긴 것이다.
법원 "정당행위 아냐"⋯다른 방법 있었다
재판에서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였다고 항변했다. 경찰 간부 아버지의 부당한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정한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일부 인정되나,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주목한 건 A씨가 제보자와 경찰 간부 아버지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 외에도 부자(父子)간 통화 녹음파일을 함께 폭로했다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제보자와 경찰 간부 아버지 사이의 통화 녹음만으로도 충분히 주장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굳이 불법적으로 녹음된 부자간의 대화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고 봤다.
필요최소한의 범위만 폭로한 게 아니라, 불필요한 사적 대화까지 폭로한 것이 문제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한 "녹음파일을 근거로 경찰 간부 아버지에 대한 수사나 징계를 요구하는 방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인터넷 공개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기 참작" 선고유예⋯비리 경찰은 '해임'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명백한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배심원 7명 역시 만장일치로 선고유예 의견을 냈다.
선처가 내려진 배경에는 A씨의 폭로가 '근거 없는 의혹'이 아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경찰 간부 아버지는 아들 사건 담당자에게 진행 상황을 묻거나 사건 기록을 열람하는 등의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간부 아버지는 2021년 6월 경찰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간부였던 아버지를 통해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우려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실제로 경찰 간부 아버지의 비위행위가 확인돼 해임 처분을 받은 점에서 범행 동기에 다소 참작할 점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 2025고합96 판결문 (2025. 6. 1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