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그대로 읽었다"는 바다… 허위 광고 책임 없을까?
"대본 그대로 읽었다"는 바다… 허위 광고 책임 없을까?
광고 모델의 법적 '주의의무' 따져보니

가수 바다가 한 브랜드의 화장품과 관련한 허위광고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했다. /바다 공식 인스타그램
"호주 갔을 때 이 친구(제품)를 처음 봤거든요? 유명하더라고요."
톱스타의 경험담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지만, 알고 보니 제품은 호주와 무관한 '호주산 콘셉트'였다. 대본을 읽었을 뿐이라는 가수 바다, 과연 허위·과장 광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대본대로 했을 뿐인데, 바다도 책임질까?

최근 가수 바다는 한 뷰티 유튜브 채널에서 특정 화장품을 소개하며 "호주 갔을 때 처음 봤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이 실제 호주산이 아니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허위 광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커지자 바다와 소속사 웨이브나인은 즉각 사과하며 "외부 제작사가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라 촬영한 광고 영상"이었고, "제품의 허위·과장 여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단순히 대본을 읽은 광고 모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고의성'과 '과실' 여부가 핵심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광고주인 '사업자'에게 고의·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묻는 '무과실 책임'을 적용하지만, 바다와 같은 광고 출연자는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적용된다. 즉, 허위 사실임을 알았거나(고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지가(과실) 쟁점이다.
바다 측의 해명대로라면 허위 사실임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고의'는 인정되기 어렵다. 다만 '과실' 책임에서는 자유롭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유명 연예인은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광고 내용의 진실성을 확인할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방송 출연자가 "방송 내용에 관해 법적 책임이 발생할 부분이 있어 수정이 필요할 경우 협력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1994. 9. 27. 선고 92나35846 판결). '대본'이라는 방패가 모든 책임을 막아주지는 못하는 셈이다.
진짜 책임자는 브랜드와 소속사
이번 사태의 법적 책임은 일차적으로 광고주인 화장품 브랜드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소속사로 향한다.
브랜드(화장품 회사)는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무과실 책임을 진다. 이는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호주산 콘셉트'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면 그 자체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불법 광고의 최종 책임은 광고주에게 귀속된다.
소속사 역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소속사는 입장문에서 "제품의 유통 경로나 품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검증했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했다"며 스스로 과실을 인정했다. 이는 소속 연예인의 활동을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광고 모델의 발언 하나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광고주인 브랜드의 기만적 마케팅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소속사의 검증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바다 측은 제작사와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향후 법정에서의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