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사고 덮는 1만원 위로금? 토스뱅크 엔화 환전 취소 조치 적법성 따져보니
100억 사고 덮는 1만원 위로금? 토스뱅크 엔화 환전 취소 조치 적법성 따져보니
토스뱅크, 환율 오류 취소 후 1인당 1만원 지급
“위로금 불과” 논란
헌법상 사유재산권 침해 주장은 성립 어려워

10일 오후 일시적으로 급락한 엔화 환율 모습.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에서 벌어진 ‘엔화 반값 환전 대란’을 두고 금융권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약 100억 원대 잠재적 손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은행 측이 내놓은 보상안이 고객 1인당 1만 원, 총 4억 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을 환전한 고객이나 수십만 원을 환전한 고객 모두에게 동일하게 1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실질적 보상이 아닌 입막음용 위로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과연 이 같은 토스뱅크의 대처는 법적으로 정당한 것일까. 사후적으로 거래를 강제 취소당한 고객들이 제기하는 재산권 침해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상세히 들여다봤다.
100억 사고에 고작 4억 보상?… 법원 기준은
“은행은 100억 원 손해 볼 뻔해놓고, 고객에겐 고작 4억 원을 푼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 이 둘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고객들은 은행의 시스템 오류로 손해를 보았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지만, 대법원 판례(2013다69989)의 입장은 다르다.
대법원에 따르면, 고객이 직접 매수 버튼을 눌러 의도한 대로 거래가 체결된 경우, 이는 비록 시스템 오류(반값 환율 표시)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전자금융거래법상 은행이 무조건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법적 '사고'로 인정되지 않는다.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 사태는 민사상 일반 계약 문제로 넘어간다.
즉, 토스뱅크가 1만 원을 지급한 것은 법적 배상 의무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고객의 정신적 혼란과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자체적으로 결정한 도의적 차원의 위로금 성격일 뿐이다.

거래 규모 상관없이 무조건 1만원?… “추가 손해배상 청구 막을 수 없다”
수천만 원을 거래한 사람도, 수십만 원을 거래한 사람도 똑같이 1만 원을 받는 정액 보상 방식은 법적으로 완전한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토스뱅크의 1만 원은 임의적 위로금이므로, 고객이 이를 받았다고 해서 향후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이 소송을 통해 1만 원을 초과하는 배상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험난하다.
은행이 적법하게 거래를 취소했다면, 고객이 애초에 기대했던 반값 엔화로 얻을 수 있었던 수백만 원의 환차익 자체를 법적으로 보호받는 '실질적 손해'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돈 내고 샀는데 왜 뺏어가나” 사후 취소의 법적 근거는 충분해
가장 논란이 첨예한 부분은 은행이 일방적으로 거래를 취소하고 돈을 회수한 조치다. 이에 대해 일부 고객들은 “정상적으로 성립된 계약을 강제로 깨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토스뱅크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바로 민법과 은행의 약관이다.
민법 제109조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상 환율의 반토막이라는 비상식적인 가격 표시는 명백한 전산 오류(착오)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 측은 외환거래 약관 및 민법상 착오 취소 법리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무효화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주장, 헌법소원 대상 아냐… 남은 건 민사소송뿐
그렇다면 “국가가 나의 재산권을 보호해달라”는 헌법적 주장은 어떨까.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은 국가 권력에 의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토스뱅크는 사기업이므로, 은행의 조치가 헌법상 사유재산권 침해로 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이번 사태는 사인 간의 계약 분쟁, 즉 민사법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거래 취소의 정당성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금융회사가 신의칙상 보호 의무나 계약상 부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고객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그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