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사과 받고 합의 서명했던 엄마…돌연 "무효" 소송, 법원 판단은?
학폭 가해자 사과 받고 합의 서명했던 엄마…돌연 "무효" 소송, 법원 판단은?
법원 "보호자 동의 유효, 처분 당시 제출된 증거로 판단해야"
피해 학생 측 청구 기각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합의 뒤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당시 동의서가 유효하다”며 학교 처분을 인정했다. /셔터스톡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사과를 받고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며 동의서에 직접 서명했던 어머니. 하지만 얼마 뒤, "합의는 무효"라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학교폭력 사건을 두고 벌어진 이 법적 다툼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광주지방법원 행정1부(재판장 박상현)는 피해 학생 A군 측이 초등학교장을 상대로 낸 '학교장 자체해결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화모임서 사과 받고 동의서 서명⋯이후 "지속적 학폭" 소송 제기
사건은 2021년 B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A군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고, 학교는 이 사안을 공식 접수했다.
한 달 뒤, 학교는 관련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화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A군과 A군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이후 어머니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를 개최하지 않고 학교장이 자체 해결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했다. 학교는 이 동의서를 근거로 사건을 자체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A군 측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학교의 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군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 지속적 폭력: 사건이 8개월간 이어진 지속적인 학교폭력이었으므로 경미한 사안이 아니다.
- 정신과 진료: 학폭 스트레스로 2주 이상의 진단서를 발급받는 등 피해가 컸다.
- 무효인 동의: A군의 어머니는 동의서가 단순 출석 확인서인 줄 알고 서명했으며, 피해 학생인 A군 본인은 서명하지 않았으므로 동의 자체가 무효다.
법원 "처분 당시 기준⋯보호자 동의 번복 안 돼"
법원은 A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장의 자체해결 처분이 적법했다는 판단이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처분이 내려진 시점'이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학교가 자체해결 처분을 내릴 당시, A군 측이 소송에서 제출한 ▲2주 이상의 진단서 ▲지속적인 학교폭력 증거 등이 학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학교로서는 당시 확보된 정보만으로 사안의 경중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동의의 효력에 대해서도 법원은 A군 어머니의 서명이 유효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A군)와 어머니가 직접 대화모임에 출석해 사과를 받고 동의서에 서명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심의위원회 개최 없이 자체해결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A군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보호자인 어머니가 동의한 이상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처분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