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9)] 남들과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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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9)] 남들과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

2022. 11. 24 11:20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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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중재, 조정, 화해

남들과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엔 크게 소송, 중재, 조정, 화해가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춘풍이 김선달이 생산한 고성능 무선 이어폰 천 개를 2억 원에 매수하고 대금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정작 받은 제품을 검사해 보니 잡음이 들리고 음질도 좋지 않아서 계약을 해제하여 제품을 돌려주고 매매대금 2억 원을 반환받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김선달은 이미 계약을 다 이행했고 물건에 아무런 흠도 없기 때문에 해제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처럼 두 사람 사이에 법적인 다툼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이춘풍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스스로 이어폰을 김선달 사무실에 도로 갖다주고 김선달에게서 2억 원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이를 자력구제(自力救濟)라고 한다. 자력구제는 간단하고 빠른 권리구제 방법이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저항할 경우에는 서로 폭력을 사용하게 되어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심지어는 이춘풍과 김선달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안처럼 대대로 원수 사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힘으로 권리를 실현하다 보면 정당한 자가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고, 오로지 완력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사회가 된다. 이러한 폐단 때문에 국가의 권력이 확립되고 나서는 자력구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대신에 국민에게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사법 서비스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춘풍이 법원에서 김선달을 상대로 2억 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이다. 이처럼 사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거나 보호받기 위한 소송을 민사소송(民事訴訟)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원고 이춘풍이 자기 권리의 존재를, 피고 김선달은 자기 의무의 부존재를 주장하고, 각자의 주장을 법관이 믿도록 증명을 한다. 법관이 원·피고의 주장과 입증을 심리하여 판결함으로써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린다. 소송은 법관이 민사소송법이 규정한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소송과는 달리 굳이 법원에 가지 않고도 다툼을 해결하거나 권리를 보호받을 방법도 있다. 그중 하나로 양 당사자가 누가 법적으로 옳은지를 판단해 줄 사람을 선정해서 그 사람의 법적 판단에 따르기로 합의하여 판정을 받는 방법이 있다. 이를 중재(仲裁)라고 한다. 중재인은 중재절차를 소송절차보다 융통성 있게 진행할 수 있지만, 중재판정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법에 따라서 결정한다. 개인 사이의 다툼에도 이용되지만, 주로 회사 등 상인들의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다툼을 해결하는 절차로 이용된다. 특히 국제거래에서 생기는 다툼의 해결은 주로 국제중재 절차를 활용한다.


다른 하나가 조정(調停)이다. 이는 조정인이 양 당사자의 주장과 의견을 듣고 서로 양보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당사자들이 이에 합의하여 다툼을 해결하는 절차이다. 조정에는 법원에서 하는 것과 행정기관에서 하는 것, 법원의 의뢰로 민간기관에서 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개입이 없이 다투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서로 양보와 합의로 다툼을 해결할 수도 있다. 이를 화해(和解)라고 하는데, 법관 앞에서 하는 것을 재판상화해, 법원 밖에서 하는 것을 화해계약이라고 한다. 이춘풍과 김선달이 서로 양보해서 이춘풍이 이어폰을 반환하고 김선달은 1억5천만 원을 반환하도록 합의하여 해결하면 그 모습은 아름답다. 나중에 둘이 동네 막걸리집에서 몇 잔 걸치며 우의를 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법에 따른 권리의무와 동떨어지는 수가 많으니, 자유로운 의사가 아닌 법관 등의 강요에 의한 조정이나 화해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조정이나 화해처럼 서로 사이좋게 양보하여 합의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싸워서 승패를 가리는 소송을 더 좋아하는 습속이 있는 것 같다. 법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고려의 쇠락 원인 중 하나로 수많은 소송사건을 꼽은 조선 초기의 위정자들이 소송 줄이기에 골머리를 무척 앓았다고 한다. 요새도 법관들은 과중한 소송사건 부담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꼭 소송뿐이랴. 자동차 운전에서도 ‘양보’는 실종되었고, 조용해야 할 병원이나 대학 캠퍼스에서도 빵빵거리기가 일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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