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흡연에 물 뿌린 여성 vs 윗집 문 부수고 침입한 남성…누가 더 잘못했나
아랫집 흡연에 물 뿌린 여성 vs 윗집 문 부수고 침입한 남성…누가 더 잘못했나
물 뿌린 여성은 ‘폭행죄’, 침입한 남성은 ‘주거침입·재물손괴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긋지긋한 담배 냄새가 또다시 A씨의 신경을 찔렀다. 창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아래층 베란다에서 한 남성이 태연하게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순간 치민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물을 한 바가지 떠 그대로 아래층을 향해 뿌려버렸다. 참아왔던 갈등이 터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행동은 더 큰 화를 불렀다. 물세례를 맞은 아래층 남성은 곧장 A씨의 현관문 앞으로 쫓아왔다. 10분간 이어진 거친 욕설과 문을 부술 듯한 소음. 공포에 질린 A씨가 굳게 문을 잠갔지만, 결국 ‘쾅’하는 파열음과 함께 잠금장치가 부서지고 남성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다행히 A씨의 신고로 경찰이 신속히 출동하면서 험악했던 대치 상황은 끝이 났다.
결국 두 사람의 감정싸움은 경찰서에서 법적 책임을 따지는 사건이 됐다. 그렇다면 법의 눈으로 볼 때,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누구일까.
물 뿌린 윗집 여성: 홧김에 한 행동도 ‘폭행죄’
A씨의 행동은 명백한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에서 말하는 폭행은 반드시 주먹으로 때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신체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물리력 행사를 포함하며, 물을 뿌리는 행위 역시 판례상 폭행으로 인정된다.
실제로 2013년 법원은 상대방 얼굴에 종이컵으로 물을 뿌린 여성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따라서 A씨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사안의 경중을 따져 50만~100만 원 선의 벌금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아래층 남성과의 합의 여부가 중요하다.
문 부수고 쳐들어온 남성: ‘주거침입죄’에 ‘재물손괴죄’까지
아래층 남성의 책임은 훨씬 무겁다. 그는 두 가지 범죄를 동시에 저질렀다.
첫째, A씨 집의 잠금장치를 부순 행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재물손괴죄’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둘째, 부서진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행위는 타인의 주거 평온을 해친 ‘주거침입죄’다. 이 역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두 죄는 동시에 일어났으므로 가중처벌 될 수 있다. 초범이라 할지라도 사안의 폭력성을 고려할 때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100만~300만 원 수준의 벌금형이 예상된다.
갈등의 시작인 ‘베란다 흡연’은 처벌 불가
정작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베란다 흡연’은 현행법상 처벌할 근거가 없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세대 내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겨도 과태료 같은 제재 수단이 없는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다.
결국 홧김에 물을 뿌린 여성은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고, 이에 격분해 선을 넘은 남성은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이웃 간 갈등에서 감정적 대응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