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 227명 숲길이 골프장으로"... 김포 새솔학교 후문 폐쇄 논란
"장애 학생 227명 숲길이 골프장으로"... 김포 새솔학교 후문 폐쇄 논란
특수학교 후문 막는 골프장 공사

파크골프장과 접하게 된 김포 특수학교. 빨간색 선 안쪽이 새솔학교 /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 장애 학생들의 배움터인 '새솔학교' 후문. 이곳은 본래 아이들이 숲으로 향하던 설레는 통로였다.
하지만 내년 봄이면 이 길은 굳게 닫힐 위기에 처했다. 김포시가 학교 바로 옆 솔터체육공원에 43억 원을 투입해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서다.
시민의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이 오히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장애 학생들의 '숨구멍'을 막아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거리로 나섰고, 시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순한 민원을 넘어 법적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는 이 사태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우리 아이들 숲 체험 어쩌나"... 닫힌 문과 학부모의 절규
사건의 발단은 김포시가 추진 중인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이다.
지난해 설계를 마치고 오는 12월 준공, 내년 봄 개장을 앞둔 이 시설은 하필이면 김포의 유일한 특수학교인 새솔학교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학교 후문과 연결된 숲 데크 길이 폐쇄된다는 점이다.
새솔학교에는 발달장애, 지적장애, 뇌병변 장애 등을 가진 22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들에게 숲 체험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다. 정서적 안정을 찾고 사회성을 기르는 필수적인 '치유와 교육의 시간'이다.
백혜순 새솔학교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문 데크 길이 막히면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숲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며 "장애 학생에게 숲은 교실의 연장선인데, 이를 빼앗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학교보건법상 학교 경계 200m 이내는 환경위생 정화구역이다.
파크골프장은 법적으로 유해 시설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은 소음과 차량 통행, 그리고 혹시 모를 골프공 타구 사고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생 전용 통로 및 승강기 설치 ▲골프장 경계선 조정을 통한 숲 놀이터(흔들의자, 집라인 등) 공간 확보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김포시 "법적 하자 없어"... 팽팽한 평행선, 법의 시선은?
김포시의 입장은 단호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 조성 자체는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 제9조는 학교 주변 금지 시설을 규정하고 있는데, 파크골프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적 검토 결과, 파크골프장은 체육시설로 분류될 뿐, 학교 정화구역 내 설치가 금지된 '무도장'이나 '유해 업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김포시가 골프장을 짓는 행위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요구는 떼쓰기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법적 판단의 반전이 일어난다.
'시설의 합법성'과 별개로 '교육 환경 보호 의무'라는 더 상위의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식적인 법 위반이 없더라도 실질적인 학습권 침해가 발생한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학교장과 교육 당국에 장애 학생이 교육 활동 중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할 '보호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2다95134).
금지 시설 아니어도 '재량권' 발휘해야... 해법은 행정의 묘미
결국 이 사태의 핵심은 '금지된 시설인가'가 아니라 '침해되는 권리가 무엇인가'에 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매우 두터운 권리로 인정한다.
창원지방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교육기관은 장애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편의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학생은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즉, 숲 체험 공간이 장애 학생의 교육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라면, 이에 대한 접근을 막는 행위(데크 폐쇄)는 간접적인 교육권 박탈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비록 골프장이 불법 시설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과 안전 위협, 이동권 제한은 행정청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재량권 행사'의 영역이다.
법률 전문가는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는 공익과 사익,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비교·교량해야 한다"며 "특히 특수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기계적인 법 적용보다는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포시는 현재 학부모들과 8차례 협의를 진행하며 접점을 찾고 있다.
"지형 특성상 모든 요구를 수용하긴 어렵다"는 현실론과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라"는 당위론 사이에서, 김포시가 어떤 '재량의 묘'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대로만 따지면 '문제없는 공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공사가 아이들의 꿈과 안전을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행정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법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