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짐 빼라" 인천공항 노숙인 텐트에 붙은 딱지...알고 보니 법적 요건 빠졌다?
"당장 짐 빼라" 인천공항 노숙인 텐트에 붙은 딱지...알고 보니 법적 요건 빠졌다?
유명 유튜버들 '혐오 콘텐츠' 돈벌이에 신상 노출 2차 피해까지
13년째 종합지원센터 설치 미뤄 공백 장기화

인천국제공항 노숙인들이 혐오 콘텐츠와 법적 요건이 부족한 퇴거 명령서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셔터스톡
인천국제공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노숙인들이 혐오 콘텐츠 희생양이 된 데 이어, 법적 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깜깜이' 퇴거 명령서에 두 번 울고 있다.
유승민 작가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천공항 노숙인들이 겪고 있는 사이버 괴롭힘 피해와 강제 퇴거 조치의 법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한 방송이 공항 노숙인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한 이후, 해당 영상이 SNS와 개인 방송 채널 등에서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로 무분별하게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작가는 "방송을 보면서 함께 욕을 한다거나 장면을 잘라서 만든 혐오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노숙인들은 정작 취재를 당하는지 모르는 채 영상에 등장했고, 보도 이후에 조롱이나 신상 노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 역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얼굴은 모자이크 됐다 하더라도 복장이나 캐리어 색깔, 그것이 놓여 있는 의자 위치들로 충분히 개인이 특정될 수 있다"며 "예전에 내가 피해 온 원가족이나 채무 관계자 등이 방송을 보고 찾아올까 하는 두려움과 압박감이 있으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날짜도 없는 퇴거 명령서... 형사 처벌·손해 배상 경고만
더 큰 문제는 공항공사의 퇴거 압박 절차다.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현재 공항공사 측은 구두 경고를 넘어 노숙인들 짐마다 계고장 형태의 퇴거 명령서를 붙여둔 상태다. 하지만 이는 법적 의무를 띠는 필수 요건이 누락된 문서였다.
유승민 작가는 "현행법상 퇴거를 언제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불이행 시) 언제 강제 퇴거 조치가 이루어지는지를 명시해야 하는 게 법적 의무"라면서 "이런 내용들은 다 생략이 되어 있고 대신 '즉시 노숙을 중단하고 여객 터미널 밖으로 퇴거하라.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 처벌과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만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적법한 절차와 구체적인 기한 고지 없이 엄포만 놓은 셈이다.
13년째 미뤄진 지원 센터
갈 곳 잃은 이들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노숙인들의 복지와 자활을 관리해야 할 인천시는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노숙인 종합지원센터'가 없는 곳이다. 관련 조례가 제정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설치를 미루고 있다.
이날 방송에 공개된 지난해 인천시의회 회의 음성에 따르면, 현 보건복지국장은 센터가 없는 이유에 대해 "저희가 파악한 (거리 노숙인) 분들은 한 98명 정도"라며 "정말 다행인 거는 인천에 그만큼 노숙인이 없다는 건 행복한 것 같다"고 발언했다.
결국 노숙인들은 획일적인 시설 입소를 거부할 경우 아무런 공적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유승민 작가는 "신체적 부상이나 장기간의 사회 단절, 물리적 폭력 경험 등으로 인해 당장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노숙인들도 많다"며 "공항에서 내쫓기는 굉장히 쉽고 온라인에서 손가락질을 하는 것도 쉽지만, 이들이 다시 어떻게 사회로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공적인 지원 체계조차도 현재 인천시는 공백이다"라고 꼬집었다.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만 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심리로는 결코 본질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