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설비 '해킹'으로 먹통…그런데도 계약 깨려면 '위약금' 물어내라? 법적으로 보면
주차장 설비 '해킹'으로 먹통…그런데도 계약 깨려면 '위약금' 물어내라? 법적으로 보면
'주차장 운영 서비스' 제공하고 있는 A업체, 해킹 피해 잇따르면서 시스템 먹통
한 달 동안 주차장 문 열어두면서 주차수익금 5000만원 날리기도
시설 철거 요구했더니, 위약금 요구⋯변호사들 "위약금 물어줄 필요 없다"

'주차장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업체의 운영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면서 주차장 차단기 등이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개선이 되지 않자 피해를 견디다 못한 한 빌딩 측은 A업체에 시설 철거를 요구했는데 돌아온 건 위약금 청구였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연 최대 1600만대의 차량 주차 관리 실적을 보유한 최대⋅최고의 주차 기업"
대형 병원과 호텔, 백화점 등과 계약을 맺고 '주차장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업체. 대형 건물은 주차장 운영을 A업체와 같은 곳에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매달 수십만원 내외의 렌트비를 내면, A업체 등에서 주차장 설비와 운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 A업체와 계약한 빌딩들이 잇달아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면서 주차장 차단기 등이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 빌딩을 이용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빌딩 측은 한 달이나 주차장 문을 열어뒀다. 결국 벌 수 있었던 약 5000만원의 주차 수익금을 날려야 했다.
급기야 피해를 견디다 못한 빌딩 측은 A업체에 시설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무상 철거도, 빌딩 측 피해에 대한 배상도 아니었다. A업체는 빌딩 측에 위약금과 철거비 등을 요구했다.
위약금 등을 요구한 A업체의 요구는 법적으로 타당할까. 자세한 건 업체 간 맺은 계약서를 살펴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로 가정했을 때 변호사들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빌딩 측에서 위약금을 물어줄 필요가 없고, 오히려 A업체가 빌딩 측에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변호사들은 "추정컨대, A업체의 요구는 계약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으로 정해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계약을 파기한 측(빌딩)에서 위약금과 철거비를 지불한다'는 조항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해당 계약서 내용을 빌딩 측에서 따를 의무가 없다"고 했다.
A업체가 해킹을 당하면서 채무(주차장 운영 서비스 제공)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제544조)은 이런 경우엔 위약금을 물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명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다.
법률사무소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는 "빌딩 측에서 위약금을 물지 않고 계약을 해제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서 변호사는 "A업체에선 당연히 해킹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해 채무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았으므로 계약 해제가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오히려 A업체가 빌딩 측에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변호사는 "주차장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A업체에서 주차장의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한 문제라면 그 손해는 A업체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서지원 변호사도 "빌딩 측이 주차장 문을 열어두느라 벌지 못한 약 5000만원의 주차 수익금은 법적으로 '소극적 손해(해당 사안이 없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이러한 부분을 입증할 수 있다면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