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은 날 찍어 수십번 돌려봤는데, 피해자인 나는 왜 그 증거물조차 확인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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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날 찍어 수십번 돌려봤는데, 피해자인 나는 왜 그 증거물조차 확인할 수 없나요

2020. 04. 23 14:11 작성2020. 04. 23 14:23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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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증거물 확보했다"는 이야기 들은 피해자, 촬영물 확인 의사 밝혀

경찰, 피해자의 증거 등 '수사 기록' 열람 요청 거절 "법이 없어 못 보여준다"

김재련 변호사 "피해자도 불법 촬영물 확인 할 수 있는 법 개정 필요"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는 자신에 대한 불법 촬영물을 허락을 받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관의 재량에 따라 거절당해도 이에 이의제기할 방법은 없다. 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중학생 A양은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될 끔찍한 일들을 경험했다. 불법촬영 등 입에 담기도 힘든 성범죄 사건이었다.


다행히 가해자 B씨는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에서 A양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양은 이 사진 등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경찰은 법적인 이유라고 했다.


몰래 타인의 신체를 찍어 아무 때나 봤던 가해자. 피해자는 왜 자신에 대한 불법 촬영물을 허락받고 봐야 하며, A양처럼 거절을 당해야 할까.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와 알아봤다.


재판이 시작돼야 증거 등 '수사 기록' 확인 할 수 있는 피해자

우리 법은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을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긴 하다. 단 여러 제한을 걸어놨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 4에는 "소송 중인 사건의 피해자가 소송 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복사)를 재판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재판장'에 신청하게 돼 있어, 재판이 시작돼야 적용이 가능하다. 피의자가 기소돼야 재판이 열리기 때문에 그 전인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이 조항 적용이 불가능하다.


아직 B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양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본인이 제출한 자료만 열람 가능

수사단계에서 피해자가 수사 기록을 열람·등사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검찰청 예규인 '사건 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엔 기소 전 단계에서 열람·등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자 본인이 낸 자료에 한해서만 열람·등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상대편인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는 볼 수 없다. 이 조항은 피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상대편 자료는 열람이 불가능하다.


사실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굳이 열람·등사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조항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로톡DB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로톡DB


김재련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기소 전 단계의 기록에 대한 열람 등사가 가능하지, 불가능한지에 대한 명문 규정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가 해당 영상을 확인하려면 전적으로 수사관의 재량과 협조에 기대야 한다.


김 변호사는 "현재는 수사관 재량에 기대 진행되고 있어 문제"라며 "근거 규정이 없다 보니 비협조적인 수사관은 '못 해준다, 못 보여준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불필요한 감정 대립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 당한 피해자가 그 증거물 '확인' 못 하는 건 기본권 침해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불법 촬영된 증거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촬영물에 피해자의 모습이 담겼다면, 그 영상물의 정보 주체는 바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정보 주체가 해당 정보물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에 대한 영상을 확인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권리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수사단계에서 수사기관이 확보한 불법 촬영물에 대한 확인 권한을 부여하는 명문 규정을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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