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 지인에 돈 펑펑…돈 찾아올 수 있을까, 판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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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 지인에 돈 펑펑…돈 찾아올 수 있을까, 판례 보니

2022. 09. 23 15:25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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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재산몰수법 따라 제3자에게 건너간 재산도 추징 가능하지만

과거 '120억' 횡령 사건 때도 주변인 추징 안 돼

해당 판례대로라면, 이번 우리은행 사건도 힘들 듯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한 700억원을 되찾기 위해 검찰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횡령금 중 11억원 가량이 지인들에게 쓰인 정황을 확인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한 700억원을 되찾기 위해 검찰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횡령액 일부인 66억원을 묶어두긴 했지만 나머지 돈들은 행방이 묘연해서다.


검찰은 우리은행 직원 A씨와 A씨 동생의 주거지, 그리고 구치소까지 압수수색하며 행적을 좇았다. 그리고 최근 700억원 중 11억원 가량이 지인들에게 쓰인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지인들이 집이나 가게, 외제차 등을 취득하는데 두 사람이 돈을 보태줬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이에 지난 22일, 검찰은 A씨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하고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요청한 상태다. 제3자가 써버린 돈까지 되찾겠다는 취지인데, 과거 판례를 보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법에 따르면 추징 가능하지만⋯회수 선례 만들까

원칙적으로는 범죄 수익 또는 부패 재산이 제3자에게 이미 넘어갔더라도 국가가 되찾을 수는 있다.


근거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이다. 이 법은 제3자가 범죄를 통해 만들어진 재산임을 알면서도 취득했다면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제4조 제1항). 설사 범죄 수익인지 몰랐더라도, 지나치게 저렴하게 혹은 무상으로 받았다면 몰수·추징 대상이다(제4조 제2항).


문제는 실제로 제3자에 대한 몰수나 추징이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회삿돈 120억원을 횡령한 경리직원 사건에서도 그랬다. 이 사건 피고인 B씨는 지난 2009년부터 약 8년간 무려 807회에 걸쳐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이 돈은 B씨의 사치품 구매에 쓰이거나 가족, 지인 등에게 넘어갔다.


당시 검찰은 120억원을 직접 횡령한 B씨를 기소하는 한편, 돈을 나누어 쓴 주변인 5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B씨가 횡령한 돈이 그 주변인들이 건물이나 차량을 구매하는데 쓰이거나, 현금으로 증여됐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었다. 이는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 내용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B씨의 지인들에 대한 몰수와 추징은 이뤄졌을까. 우선 1심을 맡은 대전지법 논산지원 제1형사부는 피고인 B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주변인 5명에 대해서도 그간 받은 돈 56억원 가량을 추징한다는 판결을 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120억 횡령사건'에서, 1심은 주변인에 대해 몰수나 추징을 결정했지만 2심에선 이 같은 결정이 뒤집혔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그런데 이 판결은 6개월도 안 돼 항소심(2심)에서 뒤집혔다. 지난 2018년 8월,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피고인 B씨에 대해선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원심이 주변인들에 대해 내린 몰수·추징 판결은 직권으로 파기했다.


그러면서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을 거론했다.

① 범죄 피해 재산을 무상 또는 현저한 저가로 받은 제3자로부터 몰수·추징하려면,

② 다른 구제 방법이 없는 등 범죄 피해자가 피해 회복이 심각하게 곤란한 경우여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 피해자는 상당한 규모의 법인"이라며 "조기에 범행을 발견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고, 사후에도 피해 회복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엔 국가가 나서서 몰수·추징을 하는 식의 공권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만약 해당 판결에서 쓰인 법리가 우리은행 사건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면 제3자에 대한 몰수나 추징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고, 사후에라도 해당 지인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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