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낙태까지 겪은 20대, 뒤늦게 밝혀진 '유부남' 진실
임신·낙태까지 겪은 20대, 뒤늦게 밝혀진 '유부남' 진실
"아이 있는 이혼남" 속인 30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대 여성 A씨가 마주한 현실은 한 편의 비극과 같았다.
자신을 '아이가 있는 이혼남'이라 소개한 30대 남성 B씨. A씨는 그의 말을 믿고 마음을 열었고, 교제가 깊어지자 B씨 아이의 현장체험학습 비용과 휴대폰 요금까지 대신 내주며 애정을 표현했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그녀의 말은 거짓 위에 쌓아 올린 신뢰의 증표였다.
비극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B씨의 아이를 임신한 A씨는 깊은 고뇌에 빠졌다. 어린 나이에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과 죄책감 속에서, 그녀는 결국 낙태를 선택했다.
이 고통스러운 결정은 두 사람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들었고, 결국 이별로 이어졌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 후에 찾아왔다. B씨가 이혼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아내와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연인의 선물일까, 사기일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A씨가 B씨를 위해 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다. 법률 전문가들의 시선은 A씨의 지급 행위를 '증여'로 볼지, '기망(속임수)'에 의한 착오로 볼지에 따라 갈린다.
박영재 변호사는 이를 '증여'로 보았다. 자발적으로 건넨 돈을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돌려받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면 조선규 변호사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A씨의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미혼이라는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B씨의 거짓말을 근거로 증여 의사를 취소하고,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법정에서는 B씨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A씨가 돈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위자료 청구의 핵심 근거
금전 문제보다 법적 책임을 묻기 명확한 부분은 B씨의 거짓말로 A씨가 임신과 낙태라는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지목한다.
김준환 변호사는 "남성이 결혼 사실을 숨기고 여성과 교제하여 성관계를 한 경우, 여성은 자신을 속인 남성에게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B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A씨가 성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므로, B씨의 거짓말이 A씨의 자유로운 성적 결정을 침해했다는 논리다. 법원은 교제 기간, 기망의 정도, 임신과 낙태 등 피해 내용을 종합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결정한다.
감정과 실익 사이의 딜레마
억울한 마음에 B씨를 사기죄로 형사고소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B씨가 처음부터 A씨의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편취의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서아람 변호사는 "단순히 기혼 사실을 숨겼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연인 사이의 금전 문제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할 위험도 있어 민사 절차가 더 실효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A씨에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하는 것이다.
A씨의 눈물은 단순한 연애의 실패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거짓의 대가를 법정은 어떻게 판결할지, 그녀의 힘겨운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