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번방 물려받은 켈리에 '징역 1년' 받아준 로스쿨 교수, 판결문에서는 이름 삭제
[단독] n번방 물려받은 켈리에 '징역 1년' 받아준 로스쿨 교수, 판결문에서는 이름 삭제
'갓갓'으로부터 n번방 물려받은 켈리, 과거 성폭력 전과 있었지만 징역 1년
검찰, 항소 포기⋯'n번방 논란'되자 부랴부랴 "추가 기소 하겠다"
변호사들 "현실적으로 '켈리' 처벌 수위 높이기는 불가능"
![[단독] n번방 물려받은 켈리에 '징역 1년' 받아준 로스쿨 교수, 판결문에서는 이름 삭제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3-30T21.03.43.609_303.jpg?q=80&s=832x832)
'n번방'의 또 다른 운영자 '켈리'(Kelly)의 1심 판결문. 판결문만 봐서는 변호사 1명이 단독으로 변론을 한 것 같지만 사실 로스쿨 교수인 다른 변호사 1명이 더 있었다./게티이미지코리아·엄보운 기자
대화명 '켈리'(Kelly). 성착취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을 운영한 갓갓으로부터 방을 물려받은 후임자다. 그는 'n번방'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지기 전인 지난해 붙잡혀, 9월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소지⋅유포⋅판매 혐의(아청법 제11조 2항) 하나였다.
30대 남성인 켈리는 과거 아동⋅청소년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징역형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 재판에서도 선고 형량은 '징역 1년'에 그쳤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물 9만 1894개를 소지하고 이 중 2590개를 판매해서 2397만원을 벌어들인 죄질에 비하자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었다.
게다가 1심 판결이 나온 후에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판결문에 "피고인(켈리)은 수사기관에 단서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기여했다"는 부분이 나와 있는데, '그 대가'로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을 개연성이 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켈리의 처벌은 징역 1년이 최대치다. 우리 법체계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항소심에서 1심 선고를 초과하는 형량이 나올 수 없다.
변호사들은 켈리의 1심에 대해 "형사 피고인(켈리) 입장에서는 매우 성공적으로 방어해낸 판결"이라며 "100점에 가깝다"고 말했다. 비록 징역 1년이 나오긴 했지만, 동종 전과로 징역형이 있었던데다 죄질도 무거웠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보다 형량을 더 낮추기 어려웠을 것이란 취지다.
이런 성공적인 재판을 이끈 변호사는 누구였을까. 서승완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와 이모 변호사(연수원 15기)다. 지난 2015년부터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서 변호사의 짧은 경력을 고려해볼 때, 30년이 넘는 경력을 갖춘 이 변호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서 변호사만 이름을 올렸다. 서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3일부터 동시에 켈리의 변론을 맡았다. 두 번 열린 공판기일에 두 변호사는 나란히 참석했다. 선고 공판 당일 불출석한 것까지 똑같았다. 지난해 11월 20일 판결 등본도 두 사람이 나란히 뗐고, 6일 뒤에 항소장도 두 사람 이름으로 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에는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 올라가 있다. 판결문만 봐서는 서 변호사가 단독으로 변론을 한 것같이 기록된 것이다.
판결문에 이름이 빠진 이모 변호사는 강원 법조계에서 유명한 인사다. 198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이듬해 춘천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변호사 인구 밀도'가 가장 높다는 서울 서초동에서조차 변호사가 귀한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 강원도 춘천시에서 개업을 한 것이다.
일반에 공개된 판결문 중에서 이모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내역을 살펴보면 춘천지법 사건이 여러 건 보인다. 1989년이나 1994년과 같이 비교적 과거에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판 판결문에도 여러 번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년 전인 지난 2000년부터 강원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를 맡았다. 강원대 법대가 로스쿨로 바뀌고 나서는 초빙교수로 등록했다.
로톡뉴스는 이 변호사 이름이 판결문에서 제외된 사실에 대해 춘천지법과 이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떤 이유에서 이름이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밝혔고, 이 변호사는 답을 주지 않았다.
켈리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검찰은 뒤늦게 "변론 재개와 함께 보강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켈리'에게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 관련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혐의가 적용될 경우 신씨를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검찰 뜻대로 사건이 흘러가면 이렇게 된다. "'켈리'에게 성착취물 제작죄를 지금이라도 적용해 추가로 기소하면, 현재 2심에 올라가 있는 사건과 병합되어 그를 중형에 처할 수 있다"는 흐름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이론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켈리 형량을 올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검찰이 (1심에서) 항소하지 않아 선고형이 높아질 수는 없다"며 "검찰이 추가로 기소한다 해도, 1심 사건과 2심 사건을 병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례적으로 2심 재판부가 (새롭게 기소되는 아동 음란물 제작 관련 혐의 재판을) 2심으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준다면 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도 "1심 사건에 대해서만 진행할 경우 형량이 이보다 높아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전혀 없는 범죄 사실들로 추가 기소해 2심 사건을 병합할 경우 가능하다"고 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설 변호사는 "(검찰이 밝힌) 변론 재개만으로는 1심보다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 변호사는 "항소심(2심)에서 추가 기소건 병합이 가능하지만, 추가 기소건에 대하여는 1심 선고를 받고 항소심으로 올라와서야 병합할 수 있으니 시간상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3개월은 넉넉히 걸릴 것"이라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수사를 보더라도 그 이상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검찰이 변론 재개를 한 것은 켈리에 대하여 형량을 높이기 위함이 아니라, 조주빈에 대한 수사 사항을 참고 자료로 제출하여 감형을 막기 위함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