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증거 묵살한 경찰"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15년 만에 밝혀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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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증거 묵살한 경찰"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15년 만에 밝혀진 진실

2025. 10. 17 15:1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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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수사로 놓친 진실

국가배상금 3000만원의 법적 의미는

법원 출석하는 피고인 / 연합뉴스

1998년 10월,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대구 여대생 성폭력 사망사건'의 가해자가 공소시효 만료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승소하며 경찰의 '극히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단순 교통사고로 성급하게 종결하면서 진상규명이 15년이나 지연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만약 이 사건이 현재 시점에 발생했다면 법적 결론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리고 유가족에게 인정된 국가배상금 3000만원의 법적 의미와 적정성은 어떠한지 법률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했다.


실종된 진실: '속옷 벗겨진 채' 발견된 여대생과 경찰의 '단순 교통사고' 결론

1998년 10월 16일, 대구 계명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정모 씨(당시 1학년)가 학교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오후 10시 40분경 실종됐다. 다음 날 새벽 5시 10분경, 정씨는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정씨는 속옷 없이 바지만 입고 있었고, 친구들이 사고 현장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정씨의 속옷을 발견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피해자 몸에서 성폭행 흔적이 없었고, 발견된 속옷이 젊은 여성이 입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유가족의 성폭행 치사 주장을 묵살했다.


유가족의 끈질긴 요구로 5개월 만에 속옷 감정이 이뤄졌고, 속옷에서 정액이 검출됐다.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성폭행 증거 부족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3개월 후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속옷이 정씨의 것임이 확인되고 남성 DNA가 추가로 검출됐지만, 일치하는 주변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15년 만의 'DNA 일치': 가해자는 외국인, 발목 잡은 '공소시효'

사건 발생 15년이 지난 2013년, 청소년 성매매 알선 혐의로 붙잡힌 스리랑카인 A씨의 DNA가 정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씨가 공범 2명과 함께 정씨를 자전거에 태워 사건 현장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후, 정씨가 고속도로로 달아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A씨를 특수강도강간죄로 구속기소 했다. 당시 강간죄(공소시효 5년)와 특수강간죄(공소시효 10년)의 시효는 이미 지났기에, 공소시효 15년이 남은 특수강도강간죄가 적용됐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은 증거 부족을, 2심 재판부는 "집단 성폭행했을 가능성은 인정되나 강간죄의 법정 시효는 10년이므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강도 혐의는 증거 부족을, 강간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2017년 7월 A씨에게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범인은 처벌받지 않았고, A씨는 별도의 성추행 및 무면허 운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강제 추방됐다. 스리랑카 현지에서 기소되었으나, DNA가 정씨의 몸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로만 기소되어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았다.


법의 대답: '지금이라면' 무죄 아니었을 가능성 제시

이 비극적인 사건이 만약 현재 시점에 발생했다면, 가해자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사건 이후 대폭 강화된 성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특례 규정 때문이다.


(1) DNA 증거로 인한 공소시효 '10년 연장'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의 속옷에서 범인의 DNA 증거가 검출되었으므로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 헌법재판소는 DNA 증거를 '과학적인 증거'로 인정하며, 기간이 경과해도 객관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증명력이 확보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 '강간치사죄' 적용 시 공소시효 '배제' 가능성

정씨가 성폭행 후 고속도로로 달아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강간치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4항은 강간등 살인의 죄를 범한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준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그 기회에 피해자를 살해했다면 강간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어, 이 사건의 경우에도 강간치사죄가 인정된다면 공소시효가 배제되어 범인을 처벌할 수 있다.


진실을 놓친 대가: 국가배상금 3000만원의 적정성

결국 유가족은 2017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21년 9월 승소했다. 법원은 경찰이 명백한 증거(속옷 없이 발견된 점, 현장에서 속옷 발견)에도 단순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하고 증거물 감정을 5개월이나 지연한 행위 등은 '극히 부실한 초동수사'이며 직무상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실수사로 인해 유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정씨 부모에게 각 3000만원, 형제 3명에게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경찰의 부실수사는 이러한 직무상 과실에 해당한다.


(2) 배상금 3000만원, 적정한가?

부모에게 각 30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것은 유사 사례와 비교할 때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군 사망사건 등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부실로 인한 국가배상 사건에서 부모에게 각 3000만원 내지 60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부실수사로 인해 범인 검거가 15년이나 지연되었고,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범인이 처벌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유가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그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 유가족이 20년 이상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점, 그리고 배상이 장기간 지연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향후 다른 유사 사건에서는 위자료가 5000만원 내지 6000만원으로 더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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