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실린 채 본인 예금 인출 위해 은행 방문한 80대 중환자…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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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실린 채 본인 예금 인출 위해 은행 방문한 80대 중환자…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2023. 01. 30 18:16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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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은행 측 입장도 이해돼⋯이럴 땐 임시 후견인 제도 이용하는 방법도"

80대 노인이 예금을 찾기 위해 중환자 병실 침대에 실려 은행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은행이 예금주 본인만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울의 한 시중은행. 얼핏 봐도 위중해 보이는 80대 노인이 중환자실 침대에 실려 이곳을 방문했다. 노인 본인 명의로 된 정기예금을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가족들은 노인 대신 예금을 찾아 병원비를 마련하려 했지만, 은행 측은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은행 측은 긴급한 수술비는 은행에서 병원 계좌로 직접 이체할 수 있지만, 그 외 입원비⋅간병비 등은 본인이 은행에 직접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내야 할 병원비는 5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고령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어 수술비 항목은 없었다. 결국 A씨 가족은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은행 측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거센 상황. 로톡뉴스는 은행이 어째서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는지, 비슷한 상황에서 가족이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지 등에 대해 알아봤다.


본인 확인 소홀히 한 경우 인출액 전액 은행이 물어줘야

황당해 보였지만, 사실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1년에도 전북 익산의 한 은행에 70대 노인이 구급차를 타고 산소 호흡기를 단 채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적금을 대신 찾고 싶다"는 환자 가족의 요구에 대해 은행은 이때도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만 적금을 줄 수 있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물론 일부 은행은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를 확인해 병원 계좌에 병원비를 직접 이체하는 식으로 내부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 규정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은행이 존재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예금 인출에 필요한 비밀번호 등이 일치해, 추가 정보 확인 없이 예금주가 아닌 제 3자에게 예금을 지급했다가 인출액 전액을 물어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은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위임장 등이 있더라도 의심이 될 때는 예금주에게 직접 확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관련 분쟁에서 금감원 측은 은행의 과실을 인정하고, 인출액 전액을 돌려주라는 결정을 했었다.


이 밖에도, 가족 간 분쟁에 엮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예금주 본인 직접 방문'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 "성년 후견인 제도 이용할 수 있어"

이번 사건을 접한 변호사들도 "법적으로 보면, 은행 측 입장도 이해가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의 박수진 변호사, '법률사무소 명현'의 최영식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는 "은행은 예금 인출 시 본인 임을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이를 소홀히 했다면 예금주의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의 박수진 변호사도 "이러한 법적 의무가 있는 이상 은행이 내규를 벗어나 재량권을 발동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위중한 환자가 은행을 직접 방문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환자 가족이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변호사들은 '성년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가정법원의 결정을 통해 후견인으로 선정되면,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나서게 된다. 즉, 예금주 본인 대신 후견인으로 지정된 가족이 예금을 인출하는 게 가능하다.


법률사무소 명현의 최영식 변호사는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 의사가 불분명하다면 성년 후견제도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했고, 조현정 변호사도 "신속하게 성년후견 신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성년후견을 신청하면 후견인으로 지정될 때까지 빠르면 3~4개월, 늦으면 1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정식으로 성년 후견심판 청구를 한 뒤 곧바로 '임시후견인 선임 청구 및 사전처분' 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잠정적으로 임시 후견인을 먼저 선임하는 절차다.


박수진 변호사는 "해당 제도를 이용하면 급히 처리할 사무(예금인출 등)만 먼저 법원으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아 임시 후견인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최영식 변호사도 "만약 예비 상속인들(자녀 등)이 모두 해당 사유로 임시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에 동의할 경우 1개월 내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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