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쇠망치 휘두른 남편…그의 치밀함에 아내는 탈출도, 신고도 하지 못했다
아내에게 쇠망치 휘두른 남편…그의 치밀함에 아내는 탈출도, 신고도 하지 못했다
이혼 앞두고 아내 살인 계획한 남편⋯"아내 때문에 인생 망가졌다" 분노
미리 구입한 쇠망치로 특정 부위 집중적으로 타격
아들의 신고로 간신히 목숨 구해⋯남편,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8년·아동학대로 징역 2개월

폭력 남편에 시달리던 아내는 이혼을 앞두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남편이 고의로 휘두른 쇠망치에 맞았기 때문이다. 17년의 결혼생활은 끝까지 폭력으로 얼룩졌다. /셔터스톡
법원에 제출한 협의 이혼 서류. 아내는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17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 짓는 듯했다.
하지만 아내 A씨에게는 그 일은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이혼을 앞둔 상태에서 A씨는 피범벅이 된 채 쓰러졌다. 남편이 휘두른 쇠망치에 맞아서.
사실 A씨의 결혼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아내는 남편에게 '외도를 한다'는 의심을 받았고 수시로 맞았다. 심각한 폭언도 동반됐다. 남편 B씨는 A씨에게 "너를 죽이는 게 내 삶의 목표다" "너를 죽여서 갈아 마실 거다"와 같은 끔찍한 말을 수없이 뱉었다. 이런 폭행과 폭언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도 서슴없이 이뤄졌다.
지난 2018년엔 남편이 재판을 받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사적으로 처벌은 됐지만, 집행유예로 나름의 선처를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오히려 남편의 화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됐다.
"(A씨가 신고해) 내 인생과 내 가정을 망쳤다."
분노는 아내 A씨를 향했고, 결국 남편 B씨는 아내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부부가 법원에 협의 이혼을 신청하고 사실상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시점이었다.
어느 늦은 밤. 남편은 집에 돌아온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자 미리 준비해 둔 쇠망치를 휘둘렀다. 치명적인 부위인 머리와 얼굴에 집중됐다.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아내를 붙잡은 남편은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지켜 섰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부쉈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칼을 꺼내와 저항할 힘도 없는 아내의 목에 들이댔다.
"너를 못 죽이면 사람이 아니다."
이런 섬뜩한 말과 함께.
아내 A씨의 목숨을 살린 건 아들이었다. 사건 당시 집 밖에 있던 아들은 열리지 않는 현관문을 한참을 두드렸다. 불길한 느낌에 경찰과 119에 신고한 아들.
"경찰에 신고했으니 문을 열라"는 아들의 말에 B씨는 현관문을 열고 그대로 달아났다. 아들의 신고가 늦었다면 A씨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 A씨는 병원에 이송되자마자 응급수술을 받았고, 오랜 기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도 받을 만큼 위독한 상황이었다.
사실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의 고통을 목격하는 건 아들에게 비극적이게도 일상이었다. 이 사건 당시, 아들의 나이는 16세. 그보다 어렸을 때부터 공포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들 역시 피해자였다.
사건 직후, 망치를 들고 도주한 남편 B씨는 금세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할 목적으로 유서 등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지난해 9월,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에서 총 8년 2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남편은 △살인미수와 △아동학대 혐의를 받았는데, 각 징역 8년과 징역 2개월이 적용됐다. 3년간 보호관찰과 더불어 피해자에게 연락·접근 금지, 분노 조절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의 준수사항도 부과됐다.
사실 남편은 아동학대는 인정하면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아내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고, 아내의 목을 칼로 벤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남편이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고, 아내의 생명에 위험을 줄 정도로 특정 부위를 집중 공격한 점과 피해자의 탈출과 신고를 막았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남편이 아내의 목을 칼로 벤 것도 맞다고도 결론 내렸다.
이창경 부장판사는 "범행을 주저하거나 스스로 중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분명한 의사를 갖고 (범행을) 실행했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아내)가 부부로서의 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점이 있더라도, 이혼까지 앞두고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판시했다.
또한 "(2018년 아내에 상해를 입혔던 사건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폭행과 폭언을 반복한 끝에 극단적인 범행에 나아갔다"며 "자녀의 정신건강과 발달에도 심각한 해를 끼쳤다"고 했다. 아내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도 그에게 불리한 정황이었다.
다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판결문에 반성문의 잘못을 지적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서조차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서슴없이 표현돼 있고, 잔인한 행동이 갖는 의미와 결과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극단적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남편은 1심 재판을 받는 동안 19번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재판부에 낸 반성문에서도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반성하고 있는 태도가 있다"고 인정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남편은 4일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검찰도 항소했다. 지난 1월 대전고법에서 열린 2심. 재판을 맡은 제 3형사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남편의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심신 미약 상태였다" 등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어 '양형부당'을 주장한 검찰의 주장도 기각하며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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